당신의 마음을 흔든다면 망설이지 말고
당신의 마음을 흔든다면 망설이지 말고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08.16 10:33
  • 수정 2018.08.16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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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수시로 갈아치우고 있는 한 여름. 야외에 잠깐만 서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에 누구보다 뜨거움을 몸소 느끼며 버티는 이들이 있다.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 위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에어컨 바람은커녕 시원한 물조차 마시지 못 하고 250일이 넘는 투쟁을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408일이란 국내 최장기 고공농성을 기록한 파인텍지회는 추운 겨울, 또 다시 굴뚝 위에 올라 세 번째 계절을 맞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의료진들은 굴뚝 위로 올라가 농성자들의 건강을 확인했다. 80cm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목이나 허리에 근육이 약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신체적인 통증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는지 심리 상태까지 살펴야 했다.

연대 문화제를 진행하던 날, 낯선 얼굴의 한 사람이 자리에 함께했다. 익숙지 않은 듯 우물쭈물하며 서 있는 모습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런 자리는 처음이구나’라고 느끼게 했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크라우드 펀딩을 기획한 김다은 PD가 처음 농성장을 방문했던 날이다. 어색했던 첫 만남 뒤, 김PD는 파인텍 조합원들과 안부를 묻고 연대하는 사람이 됐다.

살을 에는 바람을 뚫고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은 여러 사회단체들의 깃발 속에서 생소한 이름을 발견했다. 장수풍뎅이 연구회. 누구나 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만든 깃발이었다. 이후 진행된 집회에서는 ‘혼자 온 사람들’, ‘트잉여’, ‘범야옹연대’ 등 독특한 이름을 가진 깃발들이 등장했다. 사람들의 연대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였다.

지극히 평범하고 조용한 사람들. 몇 개월 동안 옆에서 투쟁현장을 함께한 정소은 씨는 조합원들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 분들과 연대해보니 정치인이나 활동가들이 하겠지라는 마음이 아니라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량들이 누구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PD는 “이상하게 저 이야기가 나를 마음 아프게 한다거나 자꾸 눈이 가는 이슈들이 있다면 그 곳에 찾아가보자. 굳이 노동 운동이 아니라고 해도 환경이나 여성 운동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한다는 것은 많은 용기와 시간이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크라우드 펀딩을 기획한 김PD 역시 직접 농성장을 찾아가는 데에 여러 핑계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들과 만나면서 많은 시민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어려운 그 한 걸음을 뗄 수 있다면 어쩌면 누군가의 세상을, 또는 우리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움직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