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의 자격
정규직의 자격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8.16 10:34
  • 수정 2018.08.16 10: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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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여 년의 투쟁 끝에 ‘복직’이 결정된 KTX 해고 승무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여전하다. 노사 간 합의에 따른 복직 절차를 거쳤음에도 그 과정과 모양새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간다. 2006년 해고된 180여 명의 승무원은 11월 30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사무영업직(역무) 6급 경력직으로 특별채용된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특별채용을 통해 한국철도공사로 돌아가는 승무원들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복직’에 굳이 인용 표시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사 직원도 아니었던, 그러니까 2004년 당시에도 공사 자회사 직원으로 채용됐던 승무원들이 공채 시험도 없이 채용되는 건 정규직 자격을 얻지 못한 이들의 ‘무임승차’이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이른바 ‘감성팔이’와 ‘시위꾼’들의 농간에 의한 불공정이란 주장이다. 정규직이 될 권리와 자격에 대해 논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사가 특별채용을 택한 데에는 사정이 있다. 철도공사는 현재 KTX 승무 업무를 직접 고용이 아니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에 위탁하여 운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민의 생명·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지만 정규직 전환을 위해 꾸려진 철도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의 전환 논의는 더디기만 하다. 특별채용은 일종의 특혜라기보다 승무 업무의 전환 결정이 완전히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가 양승태 대법원 사법 농단 의혹을 통해 무고하게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난 KTX 해고 승무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고자 한 것에 가깝다.

더불어 공채 시험을 통한 권리와 자격 논란을 넘어 애초에 그들이 왜 거리에 나섰는지, 그들이 박탈당한 권리는 무엇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우선 2004년 승무원 채용 당시 공사가 승무원들에 정규직 채용을 약속한 ‘취업 사기’가 있었다. 공사가 낸 채용 공고에 공사에서 면접을 보고 공사의 교육을 받고 공사의 업무지시를 받았다. 공사가 임시적인 절차에 그칠 것으로 약속했던 간접고용을 밀어붙이자 승무원들은 반발했고 이후 13년의 투쟁이 이어졌다.

승무원과 공사와의 근로계약 관계를 따지는 소송에서 대법원이 KTX 승무원의 업무는 시민의 생명·안전을 다루는 업무가 아니라며 기존 판결을 뒤집은 일이 실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거래 관계에 의한 것임이 최근 드러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해고 승무원의 복직은 누군가가 공사 정규직이 되느냐 마느냐의 ‘이권’ 문제가 아니라 시민이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민주주의 사회가 보장하고 있느냐의 문제가 된다.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13년을 거리를 떠돈 승무원들이 단순히 공사 공채 시험에 통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임승차자’로 여겨지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 요즘 세상에 공기업 정규직이 된다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란 걸 새삼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