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죽음, 여기서 멈추기를
서른 번째 죽음, 여기서 멈추기를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8.16 10:34
  • 수정 2018.08.16 1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대로라면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해고노동자 복직 투쟁이 기어코 10년째를 맞이할 듯하다.

고요하다. 개인적으로 느낀 쌍용자동차지부에 대한 인상이다. 77일간의 공장 옥쇄파업, 셀 수 없는 단식투쟁, 두 번의 인도 원정투쟁, 9년, 그리고 내년이면 10년. 강도 높은 투쟁과 장기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고요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마지막 단식투쟁 이후에도 푹 꺼진 양볼이 그대로인 김득중 지부장이 그렇고, 해고노동자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두 눈에 눈물이 차올라 있는 김정욱 사무국장이 그렇다. 이들을 볼 때마다 이들이 경험한 죽음의 무게와 국가폭력의 깊이를 확인한다.

“그동안 못난 남편 만나 고생만 시키고 마지막에도 빚만 남기고 가는구나. 사는 게 힘들겠지만 부디 행복해라. 어머님께 죄송하다고 전해달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서른 번째 희생자인 고 김주중 조합원이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남긴 말이다. 지난달 3일 고 김주중 조합원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서울 대한문 앞에 설치됐다. 쌍용자동차지부는 분향소 설치 과정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 조롱을 들어야 했다. 어째서 이들은 고인을 추모하는 일 하나에도 이렇게 버거워야 할까.

올해 국가인권위원회 지원 사업으로 <해고, 국가폭력, 그리고 노동자의 몸> 노동자 건강 연구가 진행 중이다. 2009년 당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과잉진압과 폭력진압 등 국가폭력이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고, 손배가압류 문제, 파업 참가자에 대한 DNA 추출 등 불합리한 요구를 지속해온 인권침해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재조명할 예정이다.

연구를 맡은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해고노동자 모두가 복직하고 복직한 노동자들의 건강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이들의 상처가 아물어지는지를 연구해 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한다.

김승섭 교수와 같은 마음이다. 바라건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전원 복직” 기사를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쌍용자동차지부가 가지고 있는 고요가 끝나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