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노동자도 사용자도 아닌 투명인간이다”
“우리는 노동자도 사용자도 아닌 투명인간이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08.28 18:10
  • 수정 2018.08.28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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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만큼 벌 수 있는 공정한 생태계 만들어야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대기업 갑질로 인해 피해를 입은 2차 협력업체 당사자들의 증언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정의당은 28일 오후 국회에서 공정경제민생본부 발족식과 함께 대기업갑질 피해 증언대회를 열었다.

‘을 대 을’의 싸움 멈춰야

정의당은 갑질 없는 공정한 경제 질서를 만들고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민생을 위해 추혜선 국회의원을 본부장으로 한 공정경제민생본부를 출범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열린 최저임금법 공청회에 참여한 중소기업 대표들의 “최저임금을 올리고 싶어도 원청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통해 갑질 경제를 없애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자리에 함께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열심히 한다고 노력했으나 어려움을 덜어드리기에 매우 미흡했다고 생각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 중 가장 중요한 슬로건인 사람 중심 경제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 사회가 가진 자원을 사람에게 투자하겠다는 것이 사람 중심 경제”라며 “국민 한 분 한 분의 소득을 올려 드리고 삶의 질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해 중산층 붕괴를 막고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소득을 올리는 것이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갑을관계 개선에 대해 “과거에는 신고 된 사건을 지방사무소에서 개별적으로 담당했지만 반복 신고 된 기업에 대해서는 본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체계를 개선했다”며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제대로 보상 받을 수 있도록 양극화 문제와 중소상공인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들도 작업복 입고 현장에서 함께 해

증언대회에는 동영코엘스, 대기업조선3사 하도급갑질피해하청업체대책협의회, 와이엘에너지, 태광공업, 가진테크 등 중소기업 대표들이 참여했다. 대부분 조선 산업과 자동차 산업에서 2차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들이다.

조선 산업의 피해 사례를 증언하며 가장 큰 문제로 ‘단가 후려치기’를 꼽았다. 대기업이 조선업 불황에 따른 원가 절감을 위해 원 견적 금액인 800억 정도에서 35% 감액된 500억 정도에 물량을 발주하도록 압박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직원들이 실직위기에 처했을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도 줄줄이 부도위기에 놓여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 결과, 하청업체 식구들은 임금체불로 인해 개인파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대표들은 생산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작업복을 입고 호흡하고 있다며 밖에서 보면 하청업체 대표들도 잘 산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항변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떠받들고 있는 2차 협력업체들도 1차 협력업체들에게 갑질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거래를 지속해왔던 업체들이다. 1차 협력업체에서 인건비, 재료비, 기계 경비 등을 다 정해주면 반발 없이 계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회사의 경영악화에도 부도를 막기 위해 1차 업체들에 사정하면서 거래를 유지했지만,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 당했다고 증언했다. 자리에 참여한 업체들은 여전히 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피해 증언을 들은 성경제 공정위 제조하도급과 과장은 “여러 부분에서 미진한 부분을 확인 해 반성을 했고 부족한 부분을 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엄정한 법 집행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서 “자동차 업계에서 1차 벤더에서 문제가 많이 제기돼 조사가 필요한 것 같다”며 “심각한 단가 부당하도급 결정 행위를 파악해 법 집행을 엄격하게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증언대회를 마무리하며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2차, 3차 피해자 증언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