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폭우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09.06 17:59
  • 수정 2018.09.06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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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올해는 유난히 견디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쓴지 얼마 되지 않아 한반도는 물폭탄을 맞았습니다. 인간들이 아무리 제 잘난 척을 해도 자연의 힘 앞에는 참 보잘 것 없습니다.

자취 생활이 20년 쯤 되다보니까 도둑이 들거나, 불이 나거나 거 아니고 집과 관련된 문제는 거의 다 겪어본 거 같습니다. 가령 한 겨울에 수도나 보일러가 얼어버린다든지, 태풍에 유리창이 깨진다든지 같은 해프닝은 계절이나 기후와 관련된 사건, 사고입니다.

비가 자주 내리는 장마철에 천정으로 비가 새는 경험도 한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요새 세상에 어떻게 집이 비가 샐 수 있냐?”고 기막혀하실지 모르지만, 집을 짓는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누수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옛날에 비해 건축 자재가 좋아졌다고 해도 영원한 것은 없답니다. 오래되면 낡고, 헐고, 갈라지고, 벌어지고, 그 틈으로 물이 새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라는군요. 그래서 장마철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누수와 관련된 의뢰가 엄청 많다고 합니다.

매사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비 새는 문제도 차근차근 따져 보아야 합니다. 어디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임시방편보다는 근본적인 방책을 강구하는 게 미래를 생각하면 좋을 겁니다.

진단을 엉뚱하게 내리는 바람에 전혀 상관없는 처방을 따르면 오히려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방울방울 스미던 누수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물길이 잡히면 나중에 큰 공사를 치러야 한답니다.

가끔 개중에 문제가 많은 집이나 건물의 경우, 애초부터 구조적인 하자를 안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그런 경우 집을 지은 이의 비전문성이나 부도덕함을 탓하는데, 전문가가 아닌 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알 수 없다’는 이야기는 점점 더 옳은 말이 되고 있습니다. 이젠 전문가들의 세계도 너무나 다양하게 분화되고, 이들이 맡게 되는 일도 각양각색 분업화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한 사람이 꿰뚫고 있으며, 손발을 놀려 온전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일은 드물어졌습니다.

이쯤 되면 ‘세상 믿을 게 없다’는 요즘 사람들의 푸념이 단순한 푸념으로만 들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