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계속되고 있는 베트남 국제의료봉사
7년째 계속되고 있는 베트남 국제의료봉사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09.06 18:01
  • 수정 2018.09.06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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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다문화가정 등 참가자 대상 건강검진

[커버스토리] 노동조합과 사회연대 분당서울대병원 의료봉사

 

지난 2011년부터 UCC 활동을 함께 해온 사업장이 있다. KT와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 그리고 분당서울대병원이다. 세 사업장은 각기 기업의 특성에 따라 매년 베트남 국제봉사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UCC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분당서울대병원은 병원 사업장의 특성을 살려 매년 국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봉사에 참여한 두 명의 조합원과 함께 UCC 활동의 의미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의료봉사, 늘 꿈꾸던 일

올해 분당서울대병원의 의료봉사 활동은 지난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됐다. 의사 2명과 간호사 2명을 비롯해 모두 5명의 인원이 이번 봉사활동에 함께 했다.

함께 했던 김소명 씨(34)는 경력 12년차의 간호사이다. 김 씨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해외 의료봉사 활동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전문성을 살려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의료봉사 활동은 가장 절실한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진주 씨(32)는 경력 10년차 간호사이고, 올해 3월부터 노동조합 집행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씨에게도 국제 의료봉사 활동은 처음이다.

일주일 넘는 일정 동안 외국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노사가 함께 추진하는 UCC 활동임에도 그렇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봉사활동에 나가 있는 동안 일손이 바빠질 부서의 동료들이다. 김소명 씨의 경우 여름휴가를 포기하고 베트남 봉사 활동을 다녀오는 걸 택했다.

“봉사활동 기간이 내 휴가로 처리되고 그러진 않지만, 아무래도 연이어 또 자리를 비우는 것은 동료들에게 미안한 일입니다. 내가 빠지면 누군가에게 그 일이 돌아가기 마련이지요. 병원처럼 3교대를 하는 사업장이라면 더욱 그렇죠.”

해외 의료봉사에 대해 큰 기대(?)를 품고 있었던 김소명 씨에게 이번 베트남 의료봉사 활동은 조금 밋밋한 추억이다. 다큐멘터리나 신문, 잡지 등에서 소개되는 것처럼 낙후된 오지에서 활동한 것이 아니라 도심지인 하노이 시를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펼친 게 큰 이유겠다.

 

“해외 의료봉사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림 같은 게 있잖아요. 막상 가보니 그런 환경은 아니더라고요.”

분당서울대병원 노사의 의료봉사를 비롯해 UCC 국제봉사활동의 프로그램은 여성가족부와 함께 선정한 베트남 다문화가정, 고엽제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의료봉사 역시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대상 인원이 정해져 있었던 셈. 영화나 기사들에서 소개되는 것처럼 봉사진의 화려한 무용담(?)이 펼쳐질 여지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봉사를 위한 부스는 늘 만원사례였다. 한국에서 챙겨간 의약품이 동이 나 후발대인 의장단을 통해 추가로 약품을 배달 받기도 했다. 급하게 필요한 약품을 현지 의료봉사 경험이 많은 의사 선생님의 주도 아래 구입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지나고 보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좀 더 많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이들의 마음이다.

“현지에서 할 수 있는 본격적인 시술이나 처치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잖아요. 아쉬운 게 있다면 좀 더 사전에 준비하여 주사제들을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지 가족들 중 아이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사실 성인들이나 노인들에 비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었거든요. 예방접종 같은 게 가능했으면 좋았을 것을...”

의약품들을 비롯한 각종 의료장비나 짐은 베트남 입국 시 현지에서 반입이 까다롭다.

직접 진료를 하진 않았지만, 그동안 UCC 활동을 통해 인연이 닿았던 14살 소녀에 대한 기억도 참가자들의 마음에 남았다. 안구가 없는 아이인데, 사회적으로 기피증 때문에 진료를 거부한 것. 좀 더 본격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보려 해도 본인이 거부하기 때문에 가족들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7년 동안 UCC 활동이 베트남 현지, 특히 하노이 시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의료봉사 활동과 관련해선 좀 더 폭 넓은 홍보와 그를 통한 지원의 확대, 프로그램의 다양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1차 진료를 비롯해 아주 기본적인 의료 활동도 찾아보기 어려운 곳으로 발길을 넓혀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