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선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
아직은 낯선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9.06 18:02
  • 수정 2018.09.06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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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은 있다” 새 노동운동으로의 발전 가능성

[커버스토리] 노동조합과 사회연대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 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기업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책임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기업이 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기업이 사회의 일원으로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의식을 갖고, 투명경영과 사회공헌 등에 앞장서기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회적 책임은 기업에게만 주어진 과제일까? 노동조합 역시 기업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한 축을 이루면서 경제, 사회, 정치 등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언젠가부터 조합원의 이익만을 좇던 기존의 노동운동에서 벗어나 고용, 복지, 안전, 인권, 환경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도 귀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nion Social Responsibility, 이하 USR)’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ISO 26000, “사회적 책임은 노동조합도 가능하다”

지난 2010년 11월 1일,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가이드라인) ISO 26000를 발표했다. ISO 26000은 사회적 책임을 “투명하고 윤리적인 행동을 통하여 사회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직의 결정과 활동에 대한 책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ISO 26000이 기존의 국제표준과 다른 점은 사회적 책임의 주체를 기업에만 한정 짓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NGO, 병원, 대학, 노동조합 등 각 분야의 다양한 경제주체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규정한 것이다.

이에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ISO에서 제기하고 있는 7가지 핵심 주제(▲조직지배구조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운영관행 ▲소비자 쟁점 ▲지역사회 참여와 개발)에 대해 노동조합 차원에서 실천해야 할 과제(아래 <표>)를 정리하기도 했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인 국내 USR

ISO 26000과 비교했을 때 현재 국내 USR 수준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최근 많은 노동조합들이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불우이웃 돕기, 기부금 조성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를 USR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자료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 논의의 현황 및 발전전망>은 국내 USR을 “조합의 예산을 갖고 이벤트성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였던 것이 현재 노조의 사회적 책임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실천가능성은 충분하다. 일회성에 그치더라도 국내 노동조합들이 사회에서 주어진 역할을 인식하고, 환기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노조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요구와 인식이 확장되면서 일회성 보여주기 식 활동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것 역시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다. 동 연구자료는 “그간 노동조합의 활동 가운데는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사회공공성 강화 등 단지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지 않았을 뿐이지 그 내용상 동일한 활동들이 있어 왔다”며 “우리나라 노동조합들의 사회적 책임 실천가능성은 이미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한쪽에서는 USR이 현재 정체되어 있는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활발하게 실천하고 있는 LG전자노동조합의 이야기다. LG전자노조가 실천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 사례는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 - 국내 최초 USR 헌정 선포한 LG전자노동조합>에서 보다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