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제 공론화 나서는 공공부문 노조
사회의제 공론화 나서는 공공부문 노조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9.06 18:03
  • 수정 2018.09.06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적폐 청산공공성 강화양극화 해소 등

[커버스토리-노동조합과 사회연대] 노조, 사회의제를 공론화

노동조합의 사회연대 활동을 이야기할 때 공공부문의 노조를 빼놓을 수 없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노조들 말이다. 이들은 다른 노조에 비해 고용이 안정적이고, 연봉도 높다. 봉사활동과 교육훈련, 장학금 지원 등의 활동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실제로 관련 활동에 어느 분야의 노조보다도 적극적이다.

공공부문 노조의 사회연대활동으로 앞서 언급한 것들에 비해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더욱 주목해야할 활동이 있다. 공적이고 사회적인 의제들을 공론화시키려는 활동들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촛불 정국 이후, 많은 공공부문 노조들이 각종 강연회와 토론회, 포럼 등을 통해 공공 의제를 논의하고 연대하는 활동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촛불 정국 이후 사회 의제화 적극 나선 노조들

지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한국사회는 절망에 빠졌지만, 동시에 전환기를 맞이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권력자의 왜곡된 인식과 그 측근들의 전횡은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국민들의 끊임없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촛불을 든 시민들의 힘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됐고, 한국사회에는 국가의 역할과 정의, 공공성 강화 등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건 6급 이하 공무원들이 가입 대상인 공무원 노조들이었다. 일부가 국정농단에 깊이 관여한 고위 공직자들과 달리, 낮은 직급의 공무원들은 국민들과 함께 국정농단의 피해자이면서도 본의 아니게 국정농단을 보조한 애매한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정부가 사용자인 노동자들로, 국민들을 위한 공공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일을 한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은 지난 3월 말 ‘최순실 국정농단, 공직사회는 왜 침묵했는가?’라는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며 토론회를 열고, 공직사회의 관료제와 인사 시스템 개혁방안과 이를 위한 노조의 역할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행사에는 다수의 공무원들을 비롯해 정치연구소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석했다. 중요한 이슈를 공론화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공통된 관심사에 대한 연대라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자리였다.

공노총과 함께 한국사회에서 양대 공무원 노조로 꼽히는 전국공무원노조 또한 올해 남북평화, 최저임금 1만 원, 물 산업의 위수탁 정책 중단, 부산 지역의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등의 사회적 의제를 꾸준히 제기해 오고 있다. 이 같은 노조들의 활동에 따라, 관련 논의에 앞장서온 연구단체,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가 더디지만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국공노 사회공공협력특별위원회와 공공운수노조의 한국사회포럼

사회적 의제 공론화 활동에 적극적인 공공부문 노조 중에서도 국가공무원노조(이하 국공노)와 전국공공운수노조(이하 공공운수노조)의 움직임이 눈에 띤다. 국가공무원노조는 2016년 10월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동조합과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이 통합한 대표적인 국가직 공무원 노조이고, 공공운수노조는 공공·운수·사회서비스의 다양한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된 노조이다. 두 노조는 대외협력을 담당하던 기존의 조직을 공공성 확보를 위한 연대를 위해 각각 ‘사회공공협력특별위원회(이하 사공특위)’와 ‘연대사업실’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공노의 사공특위는 대외협력특별위원회와 사회공공성특별위원회가 합쳐지면서 올해 만들어졌다. 공노총 산하 연맹조직인 국공노는 앞서 언급한 토론회 ‘최순실 국정농단, 공직사회는 왜 침묵했는가?’를 주관하기도 했다. 국공노 사공특위는 해당 토론회 이전에도 역사 바로 세우기 사업의 일환으로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친일파가 그린 표준영정제도와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파 묘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형철 국공노 사공특위 위원장은 “2017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우표’ 발행이 논란이 됐을 때, 노조가 우표 발행 취소 운동을 하면서 민족문화연구소와 인연을 맺었다”며 “이후 노조는 국립현충원 앞에서 국립묘지 내 친일파 묘지 이장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는 등 민족문화연구소와 교류하며 관련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하는 공무원들의 노조로서 앞으로도 사회 적폐들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의 중점 사회연대 사업은 공공개혁연석회의와 한국사회포럼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사회 공공성을 띠는 의제를 알리기 위한 의제별 연대 단위이고, 후자는 노동자와 시민사회를 접목시켜 관련 논의를 보다 폭넓게 위한 조직이다. 두 주체는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에서 조금 차이가 있을 뿐, 작업장 안에서의 평등과 사회에서의 평등은 서로 맞닿아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노조 활동을 작업장 밖으로 넓혀나가며 더 일상적이고 적극적인 연대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같다.

지난 7월 공공개혁연석회의가 주최한 ‘좋은 삶을 위한 사회연대’ 워크숍에서는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병원 인력과 환자 안전 ▲에너지 전환을 위한 대안 ▲에너지 전환을 위한 대안 ▲교통공공성 ▲시민운동 전망과 과제 등을 논의했다.

현광훈 공공운수노조 연대사업실장은 “노조의 사회연대사업은 지난 10년간 오랫동안 이야기됐지만, 또 그만큼 풍부하게 논의되지 못했다”며 “민주노동운동의 발전전략이었던 산별운동과 정치조직화가 실패한 지금, 촛불 항쟁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는 노조의 사회연대전략이 새로운 발전전략이 될 것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계가 연대해 사회 양극화 해소 등 진보 진영의 핵심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