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노동조합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싶어 할까?
정말 노동조합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싶어 할까?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9.07 09:49
  • 수정 2018.09.0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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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 제목은 이번 커버스토리 중 하나인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 취재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질문이었다.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일단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의제가 우리 사회에 던져진 배경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노동조합이 벌이는 집회, 파업 등 노동운동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대기업 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인다는 뉴스에는 늘 ‘강성노조’, ‘귀족노조’라는 비난이 따르고 있다. 이에 국내 노동조합, 그중에서도 대기업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걷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바꿔보고자 등장한 것이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이다.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한국 노동계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주장들도 존재한다. 실제 지난 2010년 LG전자노동조합이 사회적 책임을 공식적으로 선포했을 당시, 국내 학계에서는 찬반 의견이 나뉘기도 했다.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긍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와 반대로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 논의의 확산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이들은 기업에 비해 재정과 자원, 사회·경제적 지위가 열악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이 현실적으로 사회적 책임 운동의 표적이 될 수 있을지는 그 정당성 면에서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질문의 답은 올해로 8년째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는 LG전자노동조합 사례를 취재하면서 찾을 수 있었다. 부정적 인식 개선 이전에, 지금의 노동운동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과 자기반성이 사회적 책임 실천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LG전자노동조합이 사회적 책임의 주체자로 나선 이유다. 단순히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씻기 위해서였다면 2년이라는 시간을 공들여 사회적 책임을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취재를 마친 후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게 된 배경을 순수하지 못하다고 여기며 색안경을 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현재 많은 노동조합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하고 있지만, 이를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미는 충분하다. LG전자노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싶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선택한 차선이 사회공헌 활동일 수도 있고, 사회적 책임을 위한 첫 단추가 사회공헌 활동일 수도 있다. 많은 노동조합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