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가 30주년 기념 김호철 헌정음반 제작기
파업가 30주년 기념 김호철 헌정음반 제작기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9.07 10:05
  • 수정 2018.09.11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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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신디

파업가 30주년 기념으로 김호철 헌정음반을 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민정연 꽃다지 대표와 이사라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을 만났다.

민정연 대표와 이사라 집행위원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노동계 문화예술 분야에 몸 담아온 이들이다. 민정연 대표는 노동가요 그룹인 꽃다지에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사라 집행위원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활동과 함께 노동계 집회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노동자의 집회 현장에서 김호철의 노래를 뺀다면 노동자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얼마나 될까요?”

두 사람을 만나 김호철 헌정음반 제작의 풀스토리를 들어보았다.

노동계 문화예술인, 이마를 마주하다

올해 봄, 노동계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노동자들의 노래 <파업가>, <단결투쟁가>, <들불의 노래>를 만든 김호철 작곡가의 반쪽이자, 30년간 수많은 노동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며 노동자와 연대해온 노래패 다름아름의 황현 씨가 힘겨운 항암치료와 치료비 부담으로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소식을 접한 노동계 문화예술인들은 같은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동료인 김호철 작곡가와 황현 씨 부부를 도울 수 있을까? 민정연 대표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민정연 대표는 부부를 위한 투병기금 마련을 떠올렸다.

“처음 투병 소식을 듣고 경제적인 보탬을 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각각 사업을 기획하고 있었더라고요. 흩어져서 하면 안 되겠다, 다 같이 모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렇게 민정연 대표를 포함한 노동계 문화예술인 1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5월 18일의 일이었다.

아름답게 이겨내시라

첫 회의부터 본격적인 투병기금 마련 계획을 논의했다. 어떻게 하면 기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한 결과 ‘아름답게 이겨내시라’라는 이름의 ‘황현 동지 쾌유기원 후원주점’을 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곧바로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기획자들이 누구인가. 이들 모두 민중가요를 부르던 가수들과 노동계 문화예술 분야 활동가들이었기 때문에 후원주점을 해본 이가 아무도 없었다. 결국 후원주점 경험이 있는 노동조합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콜트콜텍지회·파인텍지회·기륭전자분회, 세종호텔노조, 비정규직노동자의집 꿀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기꺼이 도움을 주겠다며 손을 잡았다. 민주노총에서도 후원주점 소식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 홍보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등 여러 다양한 단위들의 연대 속에서 후원주점이 성사될 수 있었다. 이사라 집행위원은 “기획자들도 노동조합을 찾아다니면서 취지를 설명하는 등 홍보에 나섰고, 도움을 주신 노동조합에서도 포스터를 붙여주시고, 연대요청을 많이 해주었다”며 “그 결과 역대 손꼽히는 후원주점 티켓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쾌유기원 후원주점 당일인 지난 7월 21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입구역 1번 출구에 위치한 ‘태성골뱅이’는 황현 씨의 쾌유를 빌기 위해 찾아온 노동조합 활동가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자리를 채워준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양손 가득 안주거리를 챙겨 온 손님들도 있었다. 민정연 대표는 “안주거리를 가져오신 분들 덕분에 주점 메뉴가 계속 추가가 됐다”며 활짝 웃었다.

계속되는 만석에 왔다가 그냥 돌아간 손님들도 적지 않았다. 평소 집회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던 노동가수들이 음식을 나르고, 주문을 받는 등의 모습을 보고 역대 가장 신기하고 보기 드문 후원 주점이었다는 손님들의 유쾌한 후기도 전해진다. 민정연 대표는 “기대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후원주점을 찾아주셨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어서 “후원주점의 성공은 김호철과 황현 부부에게 늘 마음 한구석에 빚진 마음이 있었는데 갚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 결과”라고 말했다.

서른 번째 생일 맞은 <파업가>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하나 되어 우린 나선다

승리의 그날까지

- 김호철 작사/작곡 <파업가> 중에서 -

노동조합 활동가라면 자연스럽게 팔뚝질을 하게 되는 노래인 <파업가>의 도입부다. 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을 무사히 마친 뒤 기획단은 두 번째 기획에 착수했다. 현재 진행 중인 김호철 헌정음반 제작이다.

파업가가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30주년이다. 김호철의 동료 가수와 후배 가수들이 그의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전한다. 정윤경 꽃다지 음악감독이 프로듀서를, 아름다름의 가수 박은영이 Co-프로듀서를 맡았다. 이번 헌정음반은 음반 공동 제작자들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지며, 김호철 작곡가가 만든 노래를 CD 두 장에 담아 올해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 포토그래퍼 진승일

<박스 인터뷰>

민정연 대표(이하 민)와 이사라 집행위원(이하 이)과의 인터뷰

- 후원주점에 이은 두 번째 기획에 들어갔다. 현재 김호철 헌정음반 제작은 어디까지 진행된 상태인가?

: 이번 기획은 황현 씨에게는 병마를 잘 이겨내길 바란다는 응원을 보내고, 김호철 작곡가에게는 30년간 애썼으니 앞으로도 노동자들을 위해 좀 더 애써달라는 감사를 보내기 위한 것이다. 총 세 가지 기획을 준비했는데, 첫 번째가 지난 7월 21일 진행한 황현 투병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이었고, 두 번째가 지금 진행 중인 김호철 헌정음반 제작이다. 세 번째는 아직 미정이지만, 헌정음반까지 기획이 잘 마무리된다면 김호철 헌정문화제를 개최해 이번 기획에 연대해주신 분들에게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고 싶다.

헌정음반 제작은 공동 제작자들의 참여를 받고 있으며, 10월에는 음반을 발매해야 하기 때문에 참여는 9월까지 받을 예정이다. 기획단에서는 지난 6월부터 음반 회의에 들어갔다. 김호철 작곡가가 발표한 500여 곡 중에 30곡 정도를 골라 놓은 상황이다. 최종적으로 몇 곡이 결정될지는 모르겠지만 24곡 정도가 음반에 실릴 계획이다.

- 김호철 작곡가가 만든 많은 곡들 중에서 이번 헌정음반에 들어갈 노래들은 어떤 노래들인가?

: 노동현장에서 많이 불러왔고, 앞으로도 많이 부를 노래. 그리고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김호철의 음악세계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소개하고 싶은 노래.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뉠 것 같다. 가장 많이 알려진 <파업가>와 <단결투쟁가>는 반드시 들어갈 노래들이다.

- 개인적으로 두 사람에게 의미 있는 김호철의 노래가 있다면?

: 꽃다지에 들어오기 전, 앞으로 노동계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려면 노동자들의 정서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중에 나온 노동가요를 모두 들었었다. 그때 들었던 노래 중에 인상 깊었던 노래가 몇 곡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김호철의 <단결투쟁가>였다. 들어본 적 없는 굉장히 낯선 가사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동트는 새벽 밝아오면 붉은 태양 솟아온다

피맺힌 가슴 분노가 되어 거대한 파도가 되었다

백골단 구사대 몰아쳐도

꺾어 버리고 하나 되어 나간다

노동자는 노동자다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 노동자

너희는 조금씩 갉아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

아― 아― 우리의 길은 힘찬 단결투쟁뿐이다

- 김호철 작사/작곡 <단결투쟁가> 중에서 -

김호철의 노래를 통해서 글로만 읽었던 노동자들의 역사를 많이 알게 됐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이 왜 발생했는지, 합법노조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는지. 노동자들이 이런 마음으로 노동운동을 하고, 이런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구나 하는 생각에 나중에는 눈물이 났다.

: 보통 집회에서 기본으로 들어가는 노래가 <임을 위한 행진곡>, <파업가>, <단결투쟁가>, <민중의 노래>다. 집회 기획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김호철의 노래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김호철의 노래를 빼고 노동자들이 집회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말 그대로 노동문화 활동가들도 역동성이 있던 때였다. ‘노동자들과 우리는 서로 동지다’라는 생각으로 활동을 했던 것 같다. 오래 활동하신 분들에게는 김호철의 노래가 ‘우리의 동지가 만들어준 우리의 노래다’라는 생각이 큰 것이다.

: <민주노총가>도 김호철 작곡가가 만들었고, 우리들이 명곡으로 치고 있는 <금속노조가> 역시 김호철 작곡가의 작품이다.

- 투병기금을 위한 후원주점이 성황리에 마쳤다. 후원주점을 무사히 마친 소감은?

: 뭐라도 하고 싶은데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묻는 분, 후원주점에 안주를 양손 가득 들고 오신 분, 돼지저금통을 건네며 꼭 황현 씨에게 전달해 달라는 분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연대해 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은 전하고 싶다.

: 당사자인 황현 씨는 항암치료 때문에 후원주점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처음 후원주점을 연다는 이야기를 듣고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고맙다고 울기도 하고.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며 부담스러워하는 한편 굉장히 고마워했다. 워낙 성격이 밝은 사람이라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는데 나도 열심히 할게’ 이렇게 이야기를 전했다.

※ 음반 공동 제작자 참여는 9월까지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https://bit.ly/파업가-30’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