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은 이렇다] 먹칠은 누가 하고 있을까?
[딴은 이렇다] 먹칠은 누가 하고 있을까?
  • 참여와혁신
  • 승인 2018.09.11 16:41
  • 수정 2018.09.1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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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판사의 꿈’ 박보영 전 대법관, 첫 출근길부터 ‘먹칠’ <동아일보, 2018.09.10.>

9월 10일 동아일보는 박보영 전 대법관과 면담을 요구하며 여수시법원을 찾아간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행동에 대해 ‘먹칠’을 했다고 뉴시스 발로 보도했다.

고향에서 ‘시골판사의 뜻을 펴기 위해 전남 순천에 9월 1일자로 인사발령을 받은 박보영(57.사법연수원 16기) 전 대법관이 1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 첫 출근했다.
하지만 박 판사는 기다리고 있던 민주노총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집회와 항의를 뒤로하고 도망치듯 법원 집무실로 향해 고향 판사의 꿈은 첫 출근길부터 얼룩졌다.

~~ 딴은 이렇다.

알다시피 박보영 전 대법관은 억대 연봉을 받는 대형 로펌이 아니라 ‘시골판사’를 택해 언론의 관심과 함께 박수를 받았다. 재판 거래를 통한 사법농단으로 대법원이 국민의 지탄을 받는 요즘 전관예우를 뿌리친 박보영 전 대법관의 행동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박보영 전 대법관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논란 사건 의혹이 불거진 터.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그의 출근길을 찾아 나선 까닭도 여기에 있다.

~~ 딴은 이렇다.

2014년 2월 7일 서울고등법원은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대해 사용자가 입증할 사항이라고 못 박았다. 일부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리해고를 인정할 수 없으며, 해고 회피 노력도 회사가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해고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문제는 고등법원 판결이 있었던 그해 늦가을이다. 이날은 1970년 어린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한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분신 항거한 날이기도 하다. 2014년 11월 13일 대법원은 2심에서 원고 승소한 판결을 뒤집어 파기 환송한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눈물을 삼켰다.
당시 이 판결을 한 대법원 3부 주심이 박보영 대법관이다.

~~ 딴은 이렇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렇다고 대법원 주심에 대한 개인적 원한을 지니고 이제껏 살아오지는 않았을 터.
문제는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문건에서 쌍용차 판결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에 기여했다”고 적시했기 때문.
석연치 않은 대법원 판결에 의문을 품었던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이제 진상을 알고 싶었을 터. 그래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박보영 전 대법관을 만나 묻고 싶었다.
“대법원 판결이 정말 재판 거래가 아니었는지, 왜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단했는지, 해고 노동자들에게 직접 설명해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박보영 전 대법관 아니 시골판사는 법원 앞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과 법원 경호 인력의 보호를 받으며 곧장 집무실로 향했다.

~~ 딴은 이렇다.

올해에도 쌍용차 해고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다. 서른 번째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지금도 ‘해고자와 가족이 매일 생과 사의 경계를 걷고 있다’고 말한다.

‘먹칠’은 누가한 걸까?

해고 노동자와 가족의 생명을 거래한 양승태 대법원일까? 아니면 재판 거래 문건이 드러났는데 진상이 무엇이냐를 밝혀달라는 해고 노동자일까?

사족이다.

뉴시스 발 기사(뉴시스 발 기사(박보영 전 대법관, 고향 판사 꿈 ‘잡음’ <뉴시스, 2018.09.10.>)를 옮긴 듯한 위 언론은 제목을 ‘시골판사의 꿈’과 ‘먹칠’로 바꿔 달았다.
먹칠은 명예, 체면 따위를 더럽히는 짓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먹칠하고 있다.
먹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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