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노조, “청약업무 이관 막을 것”
금융결제원노조, “청약업무 이관 막을 것”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09.12 15:33
  • 수정 2018.09.12 1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토부 산하 감정원으로? 우려와 걸림돌 곳곳

국토교통부가 현재 금융결제원이 수행하고 있는 주택청약업무를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결제원 노동조합이 청약업무의 안정적 수행과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이유로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 금융노조 금융결제원지부(위원장 최재영)는 12일 성명을 내고 이와 같이 밝혔다. 지부는 “청약업무의 공적 기능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업무 이관이 진행될 경우 발생하는 비용과 부작용, 운영 리스크 등이 고려되지 않은 계획”이라며 “현재 금융결제원에서 주택청약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고용안정도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결제원이 주택청약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부터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주택은행이 전담하고 있던 입주자저축 취급기관을 전 은행으로 확대 시행하면서 청약통장 중복계좌 방지, 청약접수 등의 업무를 금융결제원에 맡겼다. 이후 2000년 3월에는 금융결제원을 청약시스템 운영기관(전산관리지정기관)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지부는 “청약시스템의 경우 작은 전산오류가 청약자의 기회를 박탈하여 재산권 침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등 매우 민감하고 국민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타 기관으로 시스템 이전 시 대국민 피해의 우려가 몹시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금융결제원의 경우 “전산관리 전문 기관”임을 강조하며 “국민들이 금융결제원은 알지 못하더라도 ‘아파트투유(www.apt2you.com)’는 친숙할 정도로 18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로 청약업무와 관련한 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국토교통부가 말하는 ‘청약업무의 공적 기능 강화’란 다름 아닌 불법 청약의 사전차단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당첨 이후 부정 청약 등의 사안을 적발해 내는 것을 각종 금융, 개인정보를 통합 관리, 운영해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

금융결제원은 청약업무의 공적 기능 강화가 현재의 시스템 운영에서도 충분히 실행가능하다고 말한다. 올해 중 특별공급 추첨, 미계약 물량 계약자 선정을 위한 무순위 추첨 및 주택소유 확인 시스템 연계를 통한 부적격자 사전 검증 항목 확대 등 많은 정책들이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한국감정원이 주택청약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금융실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금융거래정보의 제공과 관련한 사항이 걸림돌이 된다. 청약 업무를 위해선 은행으로부터 청약통장과 관련한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는데, 은행이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선 계좌주의 동의가 있거나 예외사유에 해당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금융실명법 시행령 제8조에 의거, 청약접수 시 실지명의 확인이나 전화, 공인전자서명 등을 통해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금융실명법 제4조에 따르면 금융거래정보는 금융기관 등 상호간 업무상 필요한 경우에만 제공할 수 있다.

한국감정원은 부동산의 가격 공시 및 통계, 정보관리 업무와 부동산 시장 정책 지원을 위한 기관(감정원법 제1조)으로 금융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결국 청약업무의 감정원 이관을 위해 법 해석의 여지를 넓힐 경우, 향후에도 대량의 금융거래정보가 제3의 기관으로 제공되는 등 법에서 정한 비밀보장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 와중에 정보유출 등의 사고 발생도 우려된다.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장애가 많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은 특성 상 높은 수준의 전자적 보안이 요구된다. 가령 전산실 내 위치한 정보처리시스템 및 단말기에 대해 외부통신망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등의 내용이다.

감정원이 금융공동망에 준하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해 은행들과 주택청약 관련 금융정보를 송수신하는 것은 현행 망분리 규정 상 어려움이 많다고 금융결제원지부는 주장한다. 그에 반해 결제중계시스템을 운영하는 결제원은 전자금융거래법 상 전자금융보조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망분리 예외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법적, 현실적 제약 이외에도 노동조합의 입장에선 현재 주택청약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고용안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최재영 위원장은 “18년 동안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하나하나 만들어 놓은 서비스를 하루아침에 타 기관으로 이전하라고 하고, 이로 인해 일자리가 불안해지는 상황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며 “일방적이고 편의주의적인 밀실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국토부가 말하는 공적기능 강화는 행안부, 국세청 등 부처 간 협의가 가능하다면 현행 시스템에서 바로 보완 운영이 가능한 반면, 감정원으로 이관해 시스템 구축 및 안정화까지는 족히 2~3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