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노동자들이 가면을 쓴 이유는
포스코 노동자들이 가면을 쓴 이유는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9.13 16:14
  • 수정 2018.09.13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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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가입 선언한 노동자들 노조 탄압 우려해 가면 쓰고 회견장 등장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포스코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머리카락 한올이라도 보일세라 가면 아래 얼굴을 숨기고, 작업복에 새겨진 이름표를 청테이프로 가린 모습이었다.

금속노조는 13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포스코 노동자 금속노조 가입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노동자들의 금속노조 가입을 공식 선언했다.

금속노조는 포스코 무노조 경영 폐기를 외치며 지난해부터 광양과 포항 지역에서 조직화 사업을 진행해왔다. 지난달 초 노동조합 필요성을 느낀 포스코 노동자 몇몇이 SNS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고, 긴 논의 끝에 금속노조 가입을 결정했다.

금속노조는 “오픈 채팅방을 개설하고 채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오픈 채팅방 참여자는 1,000명을 넘어섰고, 마침내 1,7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포스코의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토론하는 광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6일부터 시작된 금속노조 가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포항에서, 광양에서 노동자들이 산별노조의 문턱을 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노동조합에 대한 여전한 감시, 협박, 회유 등의 탄압을 이겨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가면을 쓰고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무노조 경영이 다시는 포스코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민주노조의 뿌리를 내리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미 포스코 내에는 1997년에 만들어진 노경협의회가 임금 및 근로조건을 회사와 협의하는 등 노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금속노조는 포스코 노경협의회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섭 금속노조 포항지부 사무국장은 “노경협의회가 근로자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노조를 무마하기 위한 기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재 포스코의 실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포스코 노동자들은 “포스코 노동조합은 국민의 기대에 부흥하는 노동조합으로서 성공하고, 그간의 탄압에 대한 굴레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히며, 출범선언문을 통해 ▲노동3권 보장 ▲평등과 존중의 노사문화 정립 ▲경영 실패에 대한 진상조사 ▲공정하고 민주적인 경영권 승계시스템 협의 ▲임금협상에서 노동자측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포스코 사측의 노조 가입자에 대한 회유 등을 우려해 금속노조 가입자의 정확한 숫자에 대해 지금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가입보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포스코 노동자가 출범선언문을 읽고 있다.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금속노조 가입보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포스코 노동자가 출범선언문을 읽고 있다.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