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감축 중심 조선업 구조조정, 이젠 바뀌어야
인력감축 중심 조선업 구조조정, 이젠 바뀌어야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09.13 16:15
  • 수정 2018.09.13 16:2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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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 전문가 토론회 열어

자동차산업과 함께 국내 제조업의 대표적 업종인 조선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한데 모였다.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조선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과 구조조정 패러다임 전환 모색’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노동집약적 특성을 지니면서 전후방 연관산업 효과가 커 일자리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고, 경남지역을 보더라도 지역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산업에 대해 전문가들의 고견을 부탁한다”며 “위기적 국면을 해결하는 한편, 노사정과 지역사회 등 각 주체가 공존할 수 있는 장기적 전망을 도출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이 ‘성동조선해양 구조조정 평가와 중견조선소 발전방안’에 대해,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논설위원이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평가와 과제’에 대해 발제했다. 여전히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중소형 조선소 문제에 대해 시선이 집중됐다.

또 정승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가 ‘산업정책과 산업금융의 약화-그 원인과 대책, 경제민주주의’에 대해 발제하며 산업 전반의 상황을 되짚었다.

2001년 설립된 성동조선해양은 2007년 기준 수주잔량으로 세계 8위 규모로 성장한 대표적 중형 조선소다. 잘 나가던 조선소가 위기를 겪게 된 것은 “국내 수출 중견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키코(KIKO)”라고 박종식 전문연구원은 주장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약 1조 5천억 원의 환차손 피해를 입었다.

키코(Knock-In, Knock-Out, KIKO)는 환율이 일정 구간 안에서 움직일 경우 미리 정한 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도록 만든 금융상품을 말한다. 은행들은 지난 2007년 말~2008년 초 키코를 '환 헤지(위험회피)'가 가능하고, 수수료가 0원인 상품으로 소개하며 수출 기업들에게 판매했다.

실제로 환율이 큰 변동이 없다면 수출 중심의 기업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수출은 진행할 수 있으면서, 부수적으로 어느 정도 환차익을 누릴 수도 있다. 수출 기업의 입장에선 환율이 계속 떨어진다면 그 차이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IMF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투자처가 필요해진 기업들이 대거 키코로 몰린 것이다. 여기에 은행들은 마치 보험이라도 되는 것처럼 중소기업들에 과도하게 키코 상품을 팔았다.

조선산업은 사업 수주 후 제품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생산을 진행해 납품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산업이다. 경기가 안정적인 경우 문제가 없겠지만, 급격한 경기변동에 흐름이 깨지는 경우 위기를 겪게 된다. 중소조선소들의 경우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키코를 구매해야 했다.

그밖에도 조선산업의 위기는 다양한 원인으로부터 기인한다. 업계의 불황과 공급과잉 등 경기적 요인이 대두되기도 하는가 하면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편으로는 조선기업의 경영부실과 무리한 사업 다각화도 언급된다.

위기 진단에 대해 제대로 된 처방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많다. 정승일 이사는 “산업정책이 국가적으로 부재했음은 물론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도 부족했으며, 소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학자들 역시 현장의 연구를 도외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역시 금융주도, 단기적 금융 성과 주도로 진행됐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계는 조선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을 줄이는 방식의 구조조정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된 점을 비판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모습에서 변화를 주문했다.

박종식 전문연구원은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은 조선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라며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대형조선소, 중소형조선소, 조선기자재 업체 등 안정적인 산업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는 고숙련 기능인력에 대한 우대 및 육성에 대한 계획도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형조선소의 경우 합병이나 지주회사 설립 등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이나 중국의 국영조선그룹 CSSC, CSIC 등의 조선 전문그룹화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성국 논설위원은 STX조선해양의 경우 “인력구조조정이 가장 먼저 진행됐고, 그 다음이 설비 매각, 이후 계열사 매각 순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며 “당시 STX조선해양의 문제가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이슈가 됐듯이, 향후 구조조정의 과정은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가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