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丙)을 위한 최저임금법이 필요하다
병(丙)을 위한 최저임금법이 필요하다
  • 한종환 기자
  • 승인 2018.09.13 19:54
  • 수정 2018.09.1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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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최저임금법은 오히려 노동조건 더 불리하게 해
ⓒ 한종환 기자 jhhan@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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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최저임금법은 많은 논쟁을 일으켰다. 특히 산입범위와 취업규칙 변경절차에 관련해 많은 주장이 쏟아졌다. 최저임금 금액에 두고 을과 을, 혹은 을과 병의 싸움이 본격화되고 갑은 사라졌다는 지적도 많았다.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갈수록 더 확산되는 분위기다.

13일 국회에서는 '최저임금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법 전면개정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양대노총이 함께 주최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은 개정안의 법률적 문제를 따졌다. 크게 ▲재산권 침해 ▲근로의 권리 침해 ▲노동기본권 침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침해 ▲평등권 침해 ▲명확성 원칙 위배를 문제로 지적했다.

김 부원장은 산입범위와 관련해 "사용자는 기본급이나 보조수당 등의 임금을 실질적으로 인상하지 않아도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할 수 있게 됐다"며 "개정 최저임금법은 단순한 기대 이익이 아닌 구체적이고 확정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지적하며 "최저임금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최저임금제가 합법적으로 노동조건을 더 불리하게 만든다"고 근로조건 민주적 결정 원칙 위배라며 비판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앞서 발제한 법률적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최저임금법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개정안 이후 갑(甲)이 사라지고 을(乙)과 병(丙)이 대립하는 현재 구조는 법과 제도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병을 위한 올바른 최저임금법 개정은 을의 갑을 향한 대등한 교섭과 정당한 권리요구를 보장하는 것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 원장은 최저임금 안착과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영세자영업자, 중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개정안을 함께 제시했다.

이동주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사무총장은 이에 동의하며 "을과 병, 을과 을의 대립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카드수수료 인하, 가맹점 최저수익보장 및 재벌대형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 진출을 규제하는 유통산업 허가제를 주장했다.

전수찬 마트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상여금, 복리후생비를 받기 위해 몇 년을 싸웠는데 그걸 다시 기업에 다 줬다"면서 산입범위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한편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은 최저임금위원회의의 결정과정이나 구체적 발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의혹도 있기에 속기록 작성과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영태 한국경총 경제조사팀장은 비공개라서 회의를 하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는데, 공개로 인한 부작용이 더 커보인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토론회에 앞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인사말에서 "지금은 최저임금 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 이런 솔직한 논쟁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최저임금 논란으로 오히려 을과 을들의 연대를 통해 연대의 틀을 넓혀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