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은 이렇다] 생명 천시 삼성, 이번도 악어의 눈물일까
[딴은 이렇다] 생명 천시 삼성, 이번도 악어의 눈물일까
  • 참여와혁신
  • 승인 2018.09.17 19:12
  • 수정 2018.09.1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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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 삼성전자 사장 “사고 책임 통감, 진심으로 사과” - 조선일보 2018.09.05.

지난 9월 4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 누출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의식불명이 된 사고가 일어났다. 의식불명이던 노동자 가운데 한 명도 12일 숨졌다. 삼성전자는 사고 다음날 김기남 DS부문장(사장)이 나와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사과했고, 이 장면을 언론은 ‘사고 책임 통감, 진심으로 사과’ 등의 제목으로 앞 다퉈 보도됐다.

김기남 사장은 5일 경기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슬프고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며 “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불의의 사고를 당한 직원과 그 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 딴은 이렇다.

기사 내용을 보면 그야말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어린 사과를 한 듯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들은 김기남 사장이 카메라 앞에서 진심어린 심정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유구무언’이었을지 모르지만 김기남 사장은 기자회견문만 낭독하고, 기자들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모른척한 채 서둘러 카메라 앞을 떠났기 때문이다. (아니, 모른 척이 아니라 몰랐을 수도 있다. 기자들에 대한 답변은 아랫사람에게 미룬 것을 보니. 아랫사람의 답변도 13일 공개된 영상을 보면 거짓말 혹은 몰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2013년 삼성전자 화성공장 사고에 비하면 사과가 빨랐는지 모르겠다. 2013년 1월 27일 불산 가스가 누출되어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삼성이 사고 소식을 숨기다가 26시간을 넘겨 경기도와 소방당국에 보고했다. 이번 기흥 사고는 2시간 만에 사고를 알렸으니 10배 이상 속도가 빨라졌다고 칭찬할 일일까?
2013년 사고에 대해서는 당시 전동수 삼성전자 사장이 이틀 뒤 언론에 유감을 표명했으니, 입장 발표도 2배 빨라졌고, 유감에서 사과와 책임 통감으로 바뀌었으니 칭찬할 일일까?

~~ 딴은 이렇다.

삼성전자가 이번 사고를 하루가 지난 뒤가 아닌 2시간여 만에 ‘신속(?)하게’ 당국에 알린 까닭은 그때보다 사망 노동자가 빨리 나왔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지 않는 한 자체 내에서 은폐하려는 시도를 한 건 아닐까. 지금껏 얼마나 많은 사건이 은폐 처리되었는지는 삼성전자가 금단의 땅, 치외법권 지역처럼 군림했으니 알 수가 없는 노릇.
반도체 직업병 희생자들이 수없이 죽어가도 모르쇠 하고, 피해자들이 십 년을 싸워서야 사과와 보상을 약속했으니,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희생은 그냥 개죽음 취급을 하고 싶었을 것.
더욱 분노할 일은 지난 13일 공개된 사고 당시 삼성전자의 대처 영상이다. 119를 무시하고 시쳇말로 쌩까면서까지 위대하다고 언론에 선전하던 삼성전자 자체 소방대의 모습에 그저 입이 벌어져 탄복이 아니라 탄식을 연신 쏟아내야 했다.
사고 알람이 울리자 느긋하게 사고 현장으로 가던 이들, 출입이 통제되어 연신 카드를 출입구에 찍어대며 골든타임을 보내던 소방대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타고 현장에 가더니 그때야 산소통을 매고 등장. 그 시간동안 가스에 누출돼 생사를 오가던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서 그다음 상황은 말하기조차 어렵다.

~~ 딴은 이렇다.

세계 초일류를 지향하는 삼성전자가 아닌가. 제발 범죄 집단처럼 은폐하지 마시길. 악어의 눈물과 같은 거짓 사과는 이제 그만 하시라. 그냥 솔직하게만 대응하시기를.
고용노동부는 사고 후 특별근로감독 할 게 아니라 상시근로감독하며 근로감독관을 상주시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