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벗은 노동자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설립
가면 벗은 노동자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설립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9.17 20:02
  • 수정 2018.09.17 2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같은 날 포스코노동조합 재건추진위원회 발족식 열려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지난 13일 가면과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금속노조 출범선언문을 낭독했던 포스코 노동자들이 얼굴을 드러냈다. 금속노조는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설립을 알렸다.

금속노조는 “노조설립 주체들은 지난 16일 설립총회를 열고 금속노조 지회모범규칙을 바탕으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규칙을 제정하고, 조합원들은 광양공장과 포항공장을 묶는 통합 지도부를 선출했다”고 밝혔다.

신임지회장으로 선출된 한대정 지회장은 “굴종과 억압의 현장, 포스코의 50년 무노조 경영을 끝장낼 것”이라며 “포스코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포스코를 바꾸고 우리 삶을 바꾸겠다”고 결의했다.

포스코는 노동계에서 오랫동안 삼성과 함께 무노조 경영의 대표주자로 꼽혀온 곳이다. 민주노총은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설립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수십년간 무노조 경영 방침이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포스코가 투명하고 건강한 직장문화를 세우지 못한 것”이라며 “혹여 큰 결단을 내린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빌미로 한 부당개입과 탄압이 발생한다면 모든 노력을 동원해 포스코에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포스코의 경영 비리를 감시하고 건실한 기업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포스코 구성원들의 집단적 노력, 국회와 시민사회의 지원과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정의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포스코의 각종 경영 비리와 부당노동행위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오늘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설립된 새노조와 대화를 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포스코지회 설립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만큼 (대화를 하겠다는)약속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한편, 같은 날 오후 여의도 한국노총 회의실에서는 한국노총과 금속노련이 ‘포스코노동조합 재건추진위원회 발족식’을 개최했다.

금속노련은 기존 포스코에서 휴면노조(활동이 없는 노조) 상태로 존재했던 포스코노동조합을 새롭게 바꿔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노동조합은 한때 1만8,000여 명의 조합원이 소속되어 있던 큰 조직이었지만 그 수가 9명까지 줄어들었다. 사실상 1997년에 만들어진 노경협의회가 임금 및 근로조건을 회사와 협의하는 등 노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금속노련은 기존 존재했던 노동조합 집행부를 설득하여 총 사퇴시켰으며, 포스코노동조합 정상화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만기 포스코노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 시기는 길지 않다”며 “조합원이 갖춰지면 조합원총회를 통해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하고, 선거관리업무 종료와 함께 즉시 해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 안에는 금속노조 산하 포스코지회와 기존에 존재했던 포스코노동조합이 복수노조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포스코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 모두 조합원 가입독려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이며, 양쪽 모두 현재 가입된 조합원 수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