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의 아메리카노] 땀내 나는 작업복을 입길 기다리며
[강은영의 아메리카노] 땀내 나는 작업복을 입길 기다리며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09.27 19:40
  • 수정 2018.09.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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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의 아메리카노] 달콤하지만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 잔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

100년 만의 더위라던 올 여름 중에서도 그 날은, 유난히 더운 날이었습니다. 취재를 위해 밖을 나오니 땀이 비 오듯 흐르는 걸 느꼈습니다.

오전 11시, 쌍용자동차 30번째 사망자 시민 분향소 설치 기자회견 장소에 앉아 노트북을 꺼내들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일이다보니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습니다. 한 편에서 서울시청 광장이 다 울릴 정도의 울부짖는 소리를 내는 스피커 음량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한 마디 한 마디 이어가던 한 간부는 동료를 챙기지 못하고 떠나보낸 자신을 책망하며 눈물을 떨구었습니다. 점점 떨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눈물방울들이 가슴 속에 박혔습니다. 함께 일 하던 동료가 목숨을 끊었는데 그 누가 담담하게 말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분향소는 대한문 앞에서 자리를 지켰습니다. 무려 서른 번째 분향소였습니다. 두 달여 동안 현장을 취재하는 동안 이들의 얼굴에는 늘 그늘이 져 있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무더웠던 여름을 보내면서 “같이 살자”고 외쳤습니다.

9월이 끝나가던 날, 해고자 119명에 대한 복직을 합의했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했던 9년의 싸움이 끝나게 된 것입니다. 함께 한 사람들의 축하 인사를 받으며 소감을 밝힌 김득중 지부장은 복직이라는 현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얼떨떨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 동료들과 땀 흘리며 일 하고 싶다고 소망했습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합니다. 당연하지요.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가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가 올 것이라는 믿음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기우제를 계속해서 지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공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10년간 떠나있던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이들의 마음을 쉬이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대한문 앞에서 떠나보낸 동료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떨구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들이 바라는 대로 땀내 나는 작업복을 입고 환한 미소를 띠며 동료들과 얼굴을 맞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