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라고 갖다 놓은 의자가 아니라고요?
앉으라고 갖다 놓은 의자가 아니라고요?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8.10.02 13:00
  • 수정 2018.10.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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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노동자, 쉴 권리는 어디에?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 80조는 서서 일하는 노동자의 ‘앉을 권리’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는 이 의자비치 규정은 10년 전에 도입됐지만 정작 현장에서 '그림의 떡'이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강규혁, 이하 서비스연맹)이 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유통서비스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규혁 위원장은 “지난 20년 간 대형 유통매장들은 영업시간을 늘리고 잦은 행사를 진행하며 매출 성장을 크게 이뤄왔다”며 “현장 서비스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에 의자를 배치하게 한 지 10년이 되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앉을 수 없어 ‘전시용 의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면세점 근무 경력 20년 차 김인숙 블루벨코리아 회계감사는 “회사가 공간이 생기면 그곳에 노동자를 위해 의자를 놓거나 휴게실을 만드는 대신에 집기를 하나라도 더 넣어서 물건을 진열하고 판매해왔기 때문에 직원 1,000명이 일하는 곳의 휴게실 크기는 2~3명이 이용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들 사이에서는 근무한지 5년이 되면 하지정맥류와 방광염에 시달리고 10년이 되면 디스크 판정을 받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면서 장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에 대해 증언했다.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도 “시민들은 이미 마트 계산원들이 앉아서 일하는 것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대형기업들이 고용노동부의 권고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변화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서비스연맹 산하의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바로 전날(1일) 오후 3시부터 ‘의자앉기 공동행동’에 돌입하며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도 의자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들은 “노동자에게 손님의 온갖 갑질과 폭행에도 서비스를 강요하는 나라가 아니라 근로자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이 국격이고 진보”라며 “노동자가 죽거나 아프기 위해서 일하는 나라가 아니라 행복하게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