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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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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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의 빨간 날, 즉 공휴일이 달갑지 않은 직장인이 세상에 있을까요?

있습니다. 매달 통상 20일을 기준으로 일주일 정도 안에서 마감 일정을 가져가야 하는 <참여와혁신> 식구들만 해도 그렇지요. 내심 속으론 달리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공식적’으론 그렇습니다. 힘들어요.

민족대명절이라는 설이나 추석 연휴가 낀 달이 그렇고, 여름휴가가 몰리는 8월도 그렇습니다. 송년회 일정이 줄을 잇는 12월도 버거운 달입니다.

망중한에 대한 희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좀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굉장한 능력자이거나 유별난 감성의 소유자였죠. 그런데 이제는 제법 일반적인 일이 되었나 봅니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해외여행객 숫자가 최대였다는 뉴스를 보아도 그렇고, 주변을 둘러 봐도 여행이나 취미로 바쁜 일상을 잠깐씩 잊으려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피곤한 세상인가보다 싶기도 하고요.

사실 솔직한 감상은 좀 과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조금씩 짬을 내는 게 활력소가 되는 걸 넘어, 일상이고 직장이고 팽개치고 훌쩍 떠나는 게 트렌디한 것처럼 포장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느 쪽에선 청년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마음을 무겁게 하는가 하면, 어느 쪽에선 휴가원이든, 사표든 내던지고 훌쩍 떠나는 자유로움을 찬미합니다.

그래서 요새 망중한에 대한 희구는 즐겁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喜懼). 달력의 빨간 날처럼요.

굳이 두렵기까지 한 까닭은 잠깐 잊어버리거나 회피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괴로운 일은 술을 마시며 잊고, 골 아픈 일은 덮어두고 내일을 기약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참여와혁신>은 이달 커버스토리에서 우리 사회 다양한 문제들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을 살펴보려고 했습니다. 여러 가지 중요한 지점들이 많지만,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세도 중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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