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강의로 현장 고민 해결
찾아가는 강의로 현장 고민 해결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10.05 11:45
  • 수정 2018.10.05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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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교육 통한 권리 찾기

공부는 끝이 없다고 한다. ‘노동’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노동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찾아가는 강의’로 노동조합을 비롯해 직능협회 등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노동교육센터 늘봄을 만나봤다.

노동교육, 젊은 감각으로 새롭게 접근

“노동조합 조합원이라고 하면 많은 교육을 받을 것 같은데 실제로 본인이 직접 가서 듣는 것 외에는 방법이 많지 않아요.”

노동교육센터 늘봄(이하 늘봄)을 운영하는 김민아 노무사는 센터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늘봄은 지난 6월 1일 문을 열었다. 조금 더 새롭고 지금 시대에 맞는 커리큘럼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늘봄의 취지다.

강의 구성은 노동법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세대 간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강의를 마련했다. 기존의 노동단체들의 홍보방식은 조금 낡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노동이슈를 신선한 방식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강의도 준비했다.

강사진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신승철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다. 김 노무사는 “노동조합의 정신과 활동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버리고 가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노조 정신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봤다. 그런 의미에서 강의를 부탁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신 전 위원장에 대해 “가장 대중적인 전달력이 좋고 발언의 포인트가 정확하다”며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문제에 대한 관점도 굉장히 좋다”고 강의를 부탁드리게 된 이유를 밝혔다.

노조부터 젊은 직장인까지

늘봄이 진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강의’는 사업장의 특징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김 노무사는 “강의 전 사전 조사를 많이 하고 간다”며 “실제 문제가 무엇이고, 필요한 교육 내용에 들어가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은 실제로 노동법 교육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 외부로 나가 교육을 받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실제 강의를 진행하면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반응한다고 전했다. 노동조합의 확보된 교육시간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노무사는 조합원들과 진행한 ‘모의교섭’ 교육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꼽았다. 조합원들은 교섭에 들어가는 집행부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그렇기 때문에 의견이 많이 교환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에서 노동조합 집행부가 사측 역할을 하고, 대의원과 중앙위원은 노조 교섭위원 역할을 맡았다.

다양한 의견들이 교환되니 실제 교섭을 진행할 때 주장에 대한 근거가 풍부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노동조합을 책임질 젊은 대의원과 중앙위원들이 교섭 스킬을 배울 수 있어 교육 효과가 컸다고 평가했다. 늘봄은 교섭을 준비하고 있는 노조를 대상으로 모의 교섭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늘봄은 사회적 기업도 찾아가 노동법 교육을 진행한다. 이윤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지만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보니 노동법에 대해 온전히 알지 못 하고 있다고 한다. 법을 위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강의를 신청한 기업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 노무사는 “특히 단시간 근로를 하는 사람들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회사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며 “정규직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대해야 한다고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기업들에게 진단 프로그램을 제안할 예정이다. 노동법을 모르고 위반하는 사안들을 스스로 진단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맛있는 노동법’이라는 강의를 만들었다. 노동조합도 없고 어디 가서 얘기할 곳도 없는 젊은 노동자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강의다. 지난 14일 강남역에서 첫 번째 강의를 진행했다. 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알고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김 노무사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나의 기본적 권리가 무엇인지 교육 할 생각이다. 회사가 노동법 내용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혼자서 문제제기 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처음에는 작은 모임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힘이 강한 것은 노동조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10월에는 상암동에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함께 방송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판교, 구로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미니 인터뷰] 김민아 노동교육센터 늘봄 노무사

Q. 노동교육은 왜 필요한가?

A. 우리 삶 3분의 1이 노동이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노동 하는 것을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나의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변화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는 것 같다. 노동교육은 권리에 대해 생각하고 알 수 있는 기회다. 교육을 통해 같이 모여 회사에 요구를 할 수도 있다. 지금은 노동교육이 없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노동교육을 요구하는 사람을 특이한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 않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당연한 권리이고 일을 하는 과정에서 룰이 정해져야 하는데 “시키면 다 해야지”라는 세상이 아니었으면 한다. 학교에서 노동법 교육이 많았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때부터 노동법이 필수 과목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관련 교육이 전무하다 보니 노동조합 활동을 해도 노동법이나 노동권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정식화돼 있지 않고 체화된 형태로 갖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헌법 상 보호받고 있는 권리인 만큼 권리를 요구하는 것을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

Q. 청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계획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자비없네 잡이없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조직된 청년 노동자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청년들과 만나보면서 느낀 건 배우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지식을 습득하고 더 나아가기 위해서 몸부림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쉴 틈 없이 배우는 모습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과 함께 조직적으로 전수되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전수되는 과정이 거의 없다보니 혼자 알아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직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본인이 스스로 문제제기를 하거나 회사를 떠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청년들의 경우는 떠나는 것을 많이 선택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직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방법이 나쁜 것이 아니라 항의의 방식으로서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율하고 요구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냥 떠나버리는 것이다.

Q. 늘봄을 통해 변화시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A. 노동조합 같은 경우는 언론을 통해 공격을 많이 당한다. 더 자신감 있게 활동하도록 만들고 싶다. 헌법상 보장돼 있는 권리이니 떳떳하게 행동해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조금 더 법적인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동권이 피폐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직장인들이 앞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직장 내 노동조합이 아니라도 산별노조나 지역노조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이들이 혼자서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나기만 해도 큰 힘이 되고 지나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집단화된 힘을 가질 수 있게 됐으면 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센터를 만든 지 이제 100일이 지났는데, 그 동안 좌충우돌의 시간을 가졌다. 채널을 다각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다보니 이제 정비가 됐다. 이제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만들고 싶다. 앞으로 많이 번창해서 100년 이상 갈 수 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노동조합과 직장인들이 어떻게 변화할지 구체적으로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센터가 됐으면 한다.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아니라 대중적이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센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