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노동하기 좋은 사회 만들기
여성이 노동하기 좋은 사회 만들기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10.05 11:48
  • 수정 2018.10.05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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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한국노총 여성노동교실

올해 ‘미투(Me Too)’운동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여성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노동계도 이 움직임에 동참했다. 한국노총은 찾아가는 여성노동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전북에서 두 번째로 여성노동교실을 진행했다. 한국노총 여성본부와 지역에서 바라보는 여성교육에 대한 고민점과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지역과 함께하는 여성노동교실

한국노총 여성본부는 2004년부터 여성노동교실을 진행해왔다. 1년에 1~2회 진행하던 교육을 올해는 처음으로 연 3회로 횟수를 늘렸다. 지난 7월 충청권인 충북과 충남·세종, 대전지역본부를 대상으로 여성노동교실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서 9월에 호남권 전북과 광주·전남지역본부를 대상으로 두 번째 여성노동교실을 진행했다.

지역으로 찾아가는 교육은 현장에서 상근하는 여성간부들의 수가 많지 않아 교육의 기회가 적다는 점에서 계획하게 됐다고 한다. 1박 2일, 2박 3일씩 시간적 여유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찾아가는 교육을 준비하는 것이 훨씬 더 참여에 유리했다. 이를 통해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취지다.

지역본부에서도 한국노총 중앙에서 강사들과 함께 찾아와 교육을 진행하니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역본부 의장이 인사말을 하는 시간을 가지며 한국노총과 지역본부가 공동주최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중앙 간부와 지역본부의 관계도 더 깊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루 동안 진행하는 교육이기 때문에 가장 보편적이고 필수적인 내용만을 담아낸 강의를 마련했다. 총 3강으로 진행되는 강의는 ‘사업장 내 성평등을 위한 노조의 역할’을 주제로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이 시작을 맡는다. 이어서 ‘여성노동법’을 주제로 민대숙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이사가 강의를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한국노총 여성활동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서 김순희 한국노총 여성본부 본부장이 강의를 마무리한다.

이번 호남권 여성노동교실에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직접 방문해 인사말을 전해 의미를 더 했다. 김 위원장은 “여성들의 리더십 함양과 성 평등 문제와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여성노동교실을 마련했다. 교육을 통해 성 평등 문화를 확산할 수 있으면 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이어서 “광주·전남 지역에서 먼 길을 온 만큼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인적교류와 함께 전북지역 문화도 배우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미영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부터 성 평등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면서 “미투정국에서 남녀가 서로 존중하는 상식적인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여성, 분리가 아닌 하나로

여성노동교실을 진행하면서 여성간부들 뿐만 아니라 남성간부들의 참여가 늘어났다는 것이 성과 중 하나다. 최미영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여성노동교실이라고 하면 여성만 와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남성분들이 많이 참여했다. 여성들만이 오는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자꾸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여성노동자의 문제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다. 여성노동교실을 통해 여성이 처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지역은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여성노동자가 많다. 고령자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의료서비스 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재성 한국노총 전북지역본부 의장은 “최근에는 여성노동자들 지위와 관련해 많은 간담회나 정책, 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교육이란 상호 간 관심에서 시작된다. 전북에서 교육에 대한 기회를 만들어 여성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동기부여를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북지역본부에서 강의를 계획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한국노총 전북상담소를 통해 들어오는 여성 노동자들의 고민은 최저임금이나 임금체불 문제가 많았다.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나이대가 높다보니 임금이 체불돼도 쉽게 인지하지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상담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겠다고 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교육에 참가한 조합원들 중 요양보호사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이번 교육에는 전북경영자총협회도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안 의장은 “경총에도 여성경제인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다”며 “상호 교류를 갖고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노사가 함께 공유함으로써 상생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안 의장은 전북 지역은 상대적으로 ‘미투운동’이 조용하게 지나간 편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 있을 수도 있지만 사건을 신고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없었다”며 “전북은 남녀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발생되지 않는 환경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사업장 속에서 상사와 동료, 성비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노총 전북지역본부에서는 여성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구로 노동교육상담소와 법률구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후적 조치는 이루어지고 있지만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적인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경총이나 고용노동부에서는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건을 기반으로 정책을 이반하는 데 여성문제와 관련해 신고 된 사건이 없다보니 성교육을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다”며 “교육이 시스템화 되면 좋을 텐데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아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 의장은 “현장에서 남녀고용평등이나 성차별 등의 문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남녀가 같은 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하나의 노동자, 인간으로서의 이상을 가진다면 차별은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무엇인가를 하고자 할 때 교육이 없으면 안 된다”며 “더불어 잘 살고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에 행정의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지자체의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교육

올해 첫 여성노동교실을 진행한 충청권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한다. 교육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처음이다 보니 질의응답도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에게 한국노총의 소속감을 확인 시켜주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도 성과 중 하나다.

교육을 통해 지역 간 연대의 장을 만든 것도 성과라고 꼽았다. 전남이나 광주에서 수십 년간 노조 활동을 했지만 전북을 처음 방문한 조합원들도 있었다. 그 동안 지역 간 연대가 부족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현장 활동가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교육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자신의 소속과 직책, 이름이 쓰인 이름표를 목에 걸고 있었던 것이 이색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현장에서 서로 연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하루라는 짧은 시간동안 서로 이름과 얼굴을 알게 된 것도 지역 연대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여성노동교실이 각 지역본부에서 특성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교육이 필요한 강원도 등을 찾아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연 초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산업연구소와 협업을 통해 ‘여성과 건강’이라는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는 교육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남성 조합원들도 교육에 많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노동교실’이라고 하면 여성들만 오는 줄 알고 있는 남성조합원이 있다고 한다. 남·여 조합원 모두 참여할 수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고 명시하니 참여를 망설인다는 것이다. 중앙차원의 ‘여성노동교실’의 맥은 이어가면서 지역에서는 ‘현장 활동가 노동교실’, ‘성평등 노동교실’등의 이름으로 누구나 참여 가능한 교실을 만드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여성본부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강사 양성 교육’도 진행했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에서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전문지식과 성평등 가치관, 직장 내 성희롱의 해결절차 및 방법을 교육한다. 수강자들은 수업 후 직접 강의를 시연하고 코칭을 받는다. 간부들이 교육 강사 자격을 받게 되면 현장 조합원들이 성희롱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찾아가는 ‘여성노동교실’은 오는 10월 마지막 강의를 앞두고 있다. 영남권을 대상으로 부산지역본부에서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