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강사, 고민 없이 일하고 싶어요
예술강사, 고민 없이 일하고 싶어요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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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무기계약 전환 촉구

[커버스토리]소통→참여→모색 ③

학교를 다니며 한 번쯤 장구를 쳐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장구를 가르쳐주던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바로 기억 할 수 있을까. 그 선생님들이 이번 주인공인 예술강사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서울 사무소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던 김광중 전국예술강사노동조합(이하 예술강사노조) 위원장은 피켓을 들고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농성장에 이어 청와대까지 찾아간 사연은 무엇일까.

예술가이자 교육자, 예술 강사

대학로 앞에는 수많은 연극 공연들이 관객을 모으기 위해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들이 선호하는 소재나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을 제외하고는 객석을 채우기 쉽지 않다. 연극배우들은 한 달 수입으로 50만 원도 채 벌지 못 한다고 한다. 교통비와 식비를 해결하고 나면 가족들을 부양할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예술가들에게 예술 강사 업무는 생계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활동이다.

문체부에서는 2000년부터 초·중·고등학교와 노인·장애인·아동 복지관에 예술 교육을 위해 강사들을 파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5,800여 명의 예술 강사들 중 대부분은 학교에서 국악, 연극, 무용, 만화애니메이션, 공예, 디자인, 영화, 사진을 교육한다. 예술 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시험을 치르고 합격해야 한다.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길게는 12월 말까지 수업을 진행하고, 방학인 1~2월은 수업을 할 수 없다. 10개월의 단기계약이지만 일단 시험에 합격하면 다음 해에 신청을 통해 계약을 갱신할 수 있었다.

무한 경쟁 시대 도래

문체부는 2017년부터 신규강사들 뿐만 아니라 기존 강사들도 매년 재시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복참여’를 제한하고 ‘청년’예술가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예술강사들의 평균 나이대가 40대라는 것을 고려하면, 절반은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출산 후 수입이 더 절실한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예술강사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집회를 예고했다. 김광중 예술강사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정책은 유예됐지만 재시험을 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5월 정부는 ‘2단계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문화재단이나 복지재단처럼 지자체가 문화·복지사업을 벌이기 위해 출자한 기관들과 지방공기업 자회사를 대상으로 ▲상시·지속적 업무(연중 9개월, 향후 2년 이상 지속되는 업무) ▲생명·안전 업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 직접 고용이나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다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가이드라인 발표 후 무기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호봉도 되고 수당도 되는 정규직이 된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일자리에 대한 불안 없이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무기 계약직 요구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서 “96만 원 정도 버는 예술 강사를 일을 하면서도 예술 활동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후학을 양성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예술 강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려면 무기 계약직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은 문체부와 한국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2009년 산재소송에서 대법원이 예술 강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면서 진흥원은 고용관계를 회피하기 위해 위탁고용을 통한 간접고용 형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진흥원이 고용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고용을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위탁 업체에서 고용을 하지만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진흥원에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 15시간미만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생기는 문제도 많다고 덧붙였다. 2009년 대법원 판결로 근로시간 적용을 받게 되면서 진흥원에서는 근무 시간을 1년에 476시간 이하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쉽지 않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전일제로 맡기는 것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다른 곳에 취업을 하려고 해도 경력 인정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 제공할 수 있어야

김 위원장은 “예술 교육을 일자리 사업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고 교육적인 가치로 바라봐야 한다”며 정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 강사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다 보니 아이들 교육에 집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편으로는 교사들과 학생들의 평가도 신경 써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연말이 되면 아이들이 내년에도 올 거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고 미안함을 드러냈다.

문체부가 ‘예술 강사 무기계약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강사노조는 20일부터 문체부 앞에서 밤샘농성을 진행한다. 김 위원장은 “무기계약 전환이 안 된다고 결정이 나면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에 마지막 시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예산 삭감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도 찾아갈 것이라며 숨 가쁜 여정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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