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의 아메리카노] 비(雨) 오는 날 만난 비(非)정규직의 눈물
[강은영의 아메리카노] 비(雨) 오는 날 만난 비(非)정규직의 눈물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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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의 아메리카노] 달콤하지만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 잔

태풍 ‘쿵레이’의 영향으로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차가운 빗방울과 매서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악조건 속에도 불구하고 우비 하나로 비바람을 맞으며 결의대회를 위해 조합원들은 하나로 모였습니다.

이들은 2주가 넘도록 단식을 진행하던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었습니다. 14년간 지속돼 왔던 불법파견을 끝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해 허약해진 몸과 차가운 비바람에도 마이크를 잡은 목소리에는 떨림 하나 없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서울고용노동청 농성을 시작한 이들은 가족과의 연휴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자식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비정규직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 절절한 말 한마디는 조합원들의 의지를 더욱 굳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비를 피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거센 바람에 타이핑 하던 손을 멈칫 하게 만드는 추운 날씨였습니다. 하지만, 얼굴에 비를 있는 그대로 맞고 있는 조합원들의 얼굴에는 불편함 한 조각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단식을 진행하던 조합원들 중에는 마비가 온 사람도 있고, 7~8kg이 빠진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 하고 잠 한 숨 편하게 잘 수 없음에도 농성과 단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망은 간단합니다. 비정규직이 없어지는 것.

노동과 관련해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있습니다. 웹툰을 기반으로 반영했던 드라마 ‘송곳’에서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이렇게 꼬집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해서 1등한테 상 주는 거 누가 뭐라 그래? 그런데 1등 못 하면 벌을 주니까 문제지.” 1등을 하지 못 하면 불이익을 받아야 할까요?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원청인 현대차와의 직접 교섭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비정규직을 끝내기 위한 싸움이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요? 아직 결말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소망했던 대로 더 이상 자신의 직업 앞에 붙은 ‘비(非)’라는 이름으로 인해 눈물 흘리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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