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유치원보다 비리 심각한 민간 요양시설
사립 유치원보다 비리 심각한 민간 요양시설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8.10.22 16:21
  • 수정 2018.10.24 10: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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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부당행위 적발 95% 달해
김미숙 요양서비스노조 위원장이 '민간 노인요양시설 비리 전면 감사와 요양노동자 6대 요구 실현'을 촉구하여 삭발을 단행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김미숙 요양서비스노조 위원장이 '민간 노인요양시설 비리 전면 감사와 요양노동자 6대 요구 실현'을 촉구하여 삭발을 단행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성남에 위치한 노인전문요양시설 ‘세비앙 실버홈‘에서 요양서비스 노동자로 근무했던 여성 2명이 오늘 오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하 요양서비스노조)은 이날 노인요양시설 비리 감사와 요양 노동자 6대 요구 실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삭발식을 지켜보던 동료 조합원들의 눈물이 이어지면서 현장분위기는 먹먹히 가라앉았다.

삭발을 마친 이미영 요양서비스노조 경기지부장은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 노동자가 됐다. 무더위와 추위를 견디며 천막농성을 벌인지 104일째다. 그동안 정치인들을 쫓아다니면서 세비앙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해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입을 뗐다. 이 지부장은 “우리는 어르신들에게 김치로 뺨을 맞아도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고 나이든 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해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해왔다”며 “너무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지 않아서 노조에 가입했더니 원장은 배부르게 먹여줬는데 무슨 노조고, 투쟁이냐며 요양원 문을 닫아버렸다”고 말했다.

김미숙 요양서비스노조 위원장도 “삭발을 그냥 하는 게 아니다.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대접받을 수 있는 날 까지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결의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최근 사립 유치원 비리 문제보다 심각한 것이 민간 노인요양 시설 비리 문제라며 조속한 전면 감사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보건복지부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900~1,000개 요양시설을 현지 조사한 결과 인력배치·급여기준 위반 등 부당행위 적발 비율이 94.4%에 달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제시하고 있는 표준임금보다 요양보호사들이 30만 원에서 40만 원까지 덜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요양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어디로 갔을까”라고 반문했다.

요양서비스노조는 △민간 노인요양시설 비리 전면 감사 △요양서비스 노동자 처우개선비 원상회복 △표준임금 지급 보장 △인력배치기준 1.5명당 1명으로 조정 △장기근속장려금 12개월 이상부터 지급 △민간 노인요양시설 폐업방지대책 수립 △공립 요양시설 확대 및 민간시설에 대한 관리 감독 대책 수립 등 6가지 요구를 '요양서비스 노동자 6대요구'로 규정하고 이에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까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24시간 천막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요양서비스노조는 지난 7월 세비앙 실버홈을 20억 원 대 급식비 횡령, 불법의료행위, 성희롱 등 혐의로 성남중원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들은 세비앙 실버홈 요양보호사들이 노조에 가입하자 불법이 탄로 날 것을 두려워한 원장이 열흘 만에 계획적으로 폐업을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