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모바일 개편안 내놨지만... 현직 기자들 반응은 싸늘
네이버, 모바일 개편안 내놨지만... 현직 기자들 반응은 싸늘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8.10.30 20:32
  • 수정 2018.11.01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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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높은 기사 = 좋은 뉴스' 공식은 언제쯤 깨지나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털과 저널리즘 연속 토론회'에서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가 발언을 하고있다.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지난 10일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가 모바일 앱 첫 화면에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뺀 네이버 모바일 앱 베타버전(정식 출시 전 시험 삼아 제공하는 서비스)을 내놨다. 최근 드루킹 사건 등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포털 뉴스 댓글과 공감수를 조작한 사건들이 불거지면서 네이버가 언론의 기능을 일정 부분 수행하는 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다.

네이버 모바일 앱 베타버전엔 현재 네이버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가 각각 ‘뉴스 판’과 ‘검색차트 판’으로 옮겨졌다. 뉴스판은 사용자가 ‘관심 언론사’로 등록한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기사가 노출되는 화면과 네이버 인공지능 콘텐츠 추천 시스템 ‘에어스(AiRS)’가 사용자 정보를 수집해 맞춤으로 제공하는 뉴스 화면 두 가지로 구성된다. 네이버가 기사 배열과 편집에서 완전히 손을 뗀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론 언론사들이 자사 주요 기사들을 직접 배열하고 편집할 수 있게 됐다. 댓글 운영도 도맡는다. 이로써 네이버는 ‘언론’이 아닌 ‘포털’로서 사용자와 언론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직 기자들 사이에선 이번 개편안에 네이버가 어떻게 사용자에게 질 좋은 뉴스를 제공할지, 다양한 뉴스를 제공할지에 대한 고민은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맞춤형 뉴스 제공이 ‘필터버블(사용자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보만 취하는 현상)’을 부추기고 소수의 언론사 44곳만 관심 언론사로 등록될 수 있어 스타트업이나 지역 언론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 모바일 개편안 평가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지적들이 오갔다. 김양순 KBS 디지털뉴스부 팀장은 “네이버가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뉴스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구독자 수가 많고 응원을 많이 받은 기자가 쓴 기사를 보여주는 것이 사용자 경험을 확대하는 것이 맞냐”며 “도리어 읽을 필요가 있는 기사를 배제해 이용자 경험을 왜곡하고 축소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원철 한겨레 디지털 기획팀장도 “이번 개편으로 언론사와 독자의 접점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리야 운 좋게 44개 언론사에 포함됐지만 그렇지 못한 언론사들은 앞으로 어디 가서 물건을 팔아야 하나.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는 “인공지능은 저널리즘 가치가 아니라 체류시간 증대, 즉 상업적인 목표를 위해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며 “그동안 언론사들이 네이버와 거래 관계로서 비판하고 견제하는 보도를 내지 않았다. 앞으로는 인터넷 언론 환경 속에서 언론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네이버 대표로 원윤식 상무가 참석했지만 정작 담당 실무자가 아니어서 기자들의 날선 질문엔 이렇다 할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외에도 장문혁 연합뉴스TV 소셜미디어 에디터, 박선영 한국일보 웹뉴스 팀장,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 등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회는 채영길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맡았다. 이번 토론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전국신문통신노동조합협의회가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