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여전히 '열쇠'는 없다!
콘클라베, 여전히 '열쇠'는 없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8.07.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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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새로운 교황이 선출됐습니다. 베네딕토 16세라는군요. 사실 신도가 아니면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만, 세계의 지도자 중에서 우리가 미국의 대통령 이름만큼이나 자주 듣게 되니 이 이름도 곧 익숙해지겠지요. 

새로운 교황의 선출 과정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낯선 단어를 자주 들었습니다. 바로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들의 비밀회의를 뜻하는 '콘클라베'(Conclave)입니다. 교황 선출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낯설기는 하지만, 한 때 대학 총장 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에서 '교황 선출 방식'으로 뽑았다는 얘기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따로 후보자가 없이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는 한 사람이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투표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콘클라베를 영어로 하면 'With Key'가 된답니다. 여기서 열쇠는 상징적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문을 따는 열쇠를 의미합니다. 추기경들을 방에 가둬놓고 교황 선출이 끝나야 문을 열어줬다는군요. 

뭐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84대 교황인 그레고리오 10세가 선출된 것이 1271년 9월 1일입니다. 그런데 선대 교황 클레멘스 4세가 사망한 것이 1268년 11월 29일입니다. 콘클라베에 2년 9개월이 걸린 셈이죠. 당시 참다못한 주민들이 콘클라베 장소 지붕을 뜯어내 버렸답니다. 비도 들이치고, 춥기도 할테니 빨리 끝내라는 뜻이겠지요. 

이렇게 선출된 그레고리오 10세는 콘클라베의 빠른 진행을 위해서 사흘 안에 선출하지 못하면 하루 식사를 한 끼로 줄이고, 닷새가 지나도 안 되면 물과 빵만 주도록 했다는군요. 이번부터는 요한 바오로 2세가 공표한 바에 따라 30번 투표 후에는 최다득표자 2인에 대해 결선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뜬금없이 콘클라베 얘기를 꺼낸 것은, 한 원로 경제학자의 주장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는 참여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수위가 활동하던 시절, 노사정과 시민단체 대표자들을 한 군데 모아놓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밖에서 문 걸어 잠그고 합의가 안 되면 음식도 넣어주지 말자고 했습니다. 어쨌거나 그런 시도는 없었습니다. 

요즘 노동문제를 둘러싼 노사간, 노정간, 노노간 대립과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지한 성찰과 합의도출보다는 정치적 계산과 극한의 충돌만이 되풀이됩니다. 이대로라면 2년 9개월이 아니라 29년이 지나도 답은 나오지 않을 않을 듯 싶습니다. 우리에게도 '콘클라베'가 필요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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