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탄력근로제 기간확대는 노동조건 후퇴”
민주노총, “탄력근로제 기간확대는 노동조건 후퇴”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11.08 13:17
  • 수정 2018.11.0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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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기준협약 비준 및 8대입법과제 요구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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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청와대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진행했다. 합의문에는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탄력근로제는 특정일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날의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정기간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노동시간에 맞추는 방식이다. 현재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은 한 주 최대 64시간 일을 시킬 수 있다.

법정근로시간(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초과하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면 전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특정 기간에 근로시간을 늘려도 연장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민주노총은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추진은 노동법 ‘개악’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11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8대 개혁입법과제를 요구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여야정 협의체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개혁적 노동과제를 논의한 내용은 단 한 줄도 들어가 있지 않고 오히려 소수 재벌들이 요구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등의 내용을 합의했다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정부와 집권여당의 발언에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일손을 놓고 거리에 나서는 총파업 총력투쟁이 우리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정부와 집권여당은 사회적 책임을 위해 각종 악법을 폐기하고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개혁입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탄력근로제 확대 시행에 반대하는 각 업종의 대표자 발언도 이어졌다.

IT업계를 대표해서 나온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확대는 크런치 모드를 합법화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몸에 무리를 준다”며 “4차 산업시대의 노동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점검 사항이나 긴급사항이 자주 발생하는 IT업계 특성상 계속해 노동자들이 대기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크런치 모드가 끝난 후에도 업무시간이 줄어들지 않아 오히려 크런치 모드가 잦아드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절수요가 많은 서비스 엔지니어들의 고충도 이어졌다. 곽형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에어컨 수리를 위해 주 6일 하루 10시간 넘게 일해야 하고, 땡볕에 옥상에서 용접을 해야 한다. 하루에 7~8번, 많게는 10번 이상 업무를 반복하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된다”고 성토했다.

에어컨을 수리하는 여름철에 땡볕에 용접하며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고공작업을 반복 하다보면 엔지니어들이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작업 중 가스를 다루다 화상을 입거나 고공작업 중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는 엔지니어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곽 수석부지회장은 “이전에는 강도 높은 노동 후 시간 외 수당이라도 받을 수 있었지만 탄력근로제가 확대된다면 손에 쥐어 진 수당도 뺏기고 노동 강도가 심해질 뿐”이라며 “탄력근로제 확대가 시행되면 건강과 생명,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발생한다”고 반대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등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며 정부와 국회에 ▲ ILO 기본협약 비준과 노조 할 권리 보장 노동법 개정 ▲노후소득보장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국민연금법, 고용보험법 개정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및 제대로 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산업범위확대 최저임금법 재개정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통한 공공성 확보 ▲초기업단위 산별교섭 제도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산재사망 기업 처벌강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8대 입법과제로 요구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기간확대와 관련해 충분한 자료조사와 현장 상황 파악을 위한 작업을 곧바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