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왜 '청년 일자리 약탈자'인가요?
우리가 왜 '청년 일자리 약탈자'인가요?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8.11.08 13:41
  • 수정 2018.11.08 13: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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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노조, 정규직 전환 당사자 초청 기자회견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당사자들이 최근 '고용세습' 논란과 관련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사자들의 경우 신변 보호를 위해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어제와 같은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하루아침에 ‘청년 일자리 약탈자’로 내몰리게 됐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문정부판 음서제도’, ‘가짜 일자리 창출’ 등으로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비정규직이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 사이에선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들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직접 마이크를 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권수정 서울시 의원(정의당)과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정치권의 무책임한 공격으로 잘못이 없는 사람들까지 매도당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번 사태를 다시 돌아보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날 발언에 나선 이들은 PSD 정비원 박 모 씨와 식당 조리원 최 모 씨, 전동차 정비원 한 모 씨 등 모두 세 사람이다. 박 씨(30)는 자신을 구의역 사건 김 군의 동료라고 소개하며 입을 뗐다 그는 “‘차라리 컵라면이라도 배불리 먹고 가지’라며 울부짖으시던 김 군의 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는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에 허덕이며 투잡을 뛰어야 했고 사람이 모자라 2인 1조는 꿈도 꾸지 못했다. 또 언제나 시간에 쫓겼다. 한 시간 내에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음 계약 때 불이익을 당할까 봐 회사에 싫은 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군 사고 이후 시민들이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준 것이 큰 위로가 됐다. 또 그 관심과 목소리가 서울시가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김 군을 이용해 채용잔치를 벌인 파렴치한들’이 되었다. 비리가 있었다면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그에 맞는 조처를 해야 한다. 하지만 하청업체에 근무했던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일자리 도둑’으로 낙인찍는 것은 김 군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21년째 식당에서 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 씨(56)도 “최근 쏟아지는 기사에 잠을 다 못 이룰 지경이다. 그저 새벽 일찍 출근해서 열심히 설거지하고 밥을 짓고 살아왔을 뿐인데 다음 날 아침 청년 일자리를 약탈하는 흉악범이 되어 있었다. 정규직으로 전환이 된 지금도 연봉이 3,200만 원 남짓이다. 그런데 신문에선 7,000만 원이 넘는 고액 연봉자로 둔갑해 있었다. 차라리 그것이 진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전동차 정비원 한 씨(37)도 “12년째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해왔다. 그런데 회사는 4번이나 바뀌었다. 나의 뜻과는 무관하게 3번의 퇴사와 4번의 입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떠한 부정도 없었다. 나는 그저 전동차를 분해하고 정비하는 일이 좋았을 뿐이다. 그런데 고용세습의 당사자가 됐다. 큰 죄인이 된 심정이지만 우리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누구라도 우리가 잘못하게 무엇인지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현재 김성태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