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재단과 LG유플러스노조, 무슨 관계?
전태일재단과 LG유플러스노조, 무슨 관계?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11.08 16:30
  • 수정 2018.11.08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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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신건택 위원장, 전태일기념관 건립 추진에 시의원으로 한몫
신건택 IT사무서비스노련 수석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포토DB
신건택 IT사무서비스노련 수석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포토DB

8일 오전 열린 LG유플러스노조의 창립 18주년 행사에 뜻밖의 외빈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바로 전교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이다.

노동계 원로인 이수호 이사장이 노동조합의 창립기념식에 참석하는 게 특별한 일일까 의아해할지 모르겠지만, 한국노총 단위 노동조합 행사에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 자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닐 것이다.

전태일재단과 LG유플러스노조의 인연은 전임 위원장이었던 신건택 IT사무서비스노련 수석부위원장이 서울시의원을 지내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태일재단 박계현 사무총장은 신건택 시의원을 만나 전태일기념관 건립을 위한 예산 마련에 도움을 청한다. 2016년 초 예산 5천만 원을 꾸려 ‘전태일기념관 건립 기본구상’ 학술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 예상보다 소요 비용의 규모가 컸다. 필요 예산이 19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 수석부위원장은 “당시 전태일기념관에 관심을 가진 시의원은 거의 없었다. 일부 의원들은 ‘그거 하나 짓자고 그렇게 많은 예산을 써야 하느냐’며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고 회고한다.

19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의 규모를 줄이자는 의견도 있었다. 기념관 건립 취지는 공감하지만 노동복합시설을 짓는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 경우다.

한국노총 추천으로 서울시의회에 입성한 신건택 수석부위원장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며 “노동 출신으로 ‘전태일’은 결코 놓아선 안 되는 가치이자 내가 시의회로 들어온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결국 신건택 시의원은 일일이 발품을 팔아 동료 시의원을 설득하러 다녔다. 전태일 열사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일을 하였는지, 대한민국 노동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고 대한민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강조했다.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앞에 두고 새벽 3시까지 하나의 주제만 놓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단다. 결국 이런 정성 때문일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33명이 전체 회의에서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 수석부위원장은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고 기억한다.

2017년 서울시 예산안 심사에서 전태일기념관 등이 포함된 노동복합시설 조성 예산 19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취약노동자의 권익보호 및 복지증진사업 추진과 광역 근로복지서비스 제공을 통해 취약노동자의 노동여건 개선 등 노동단체 사이에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노동권익센터 등이 시설에 입주하는 내용도 담겼다.

ⓒ 전태일재단
ⓒ 전태일재단

전태일 노동복합시설은 내년 3월 평화시장 근처인 종로구 관수동에 들어선다. 지상 6층 규모며, 1~3층은 전태일기념관이 들어선다. 1970년대 봉제 다락방 작업장과 전태일이 꿈꿨던 모범 작업장을 그대로 재현한 ‘시민 체험장’, 열악했던 노동환경을 기록한 전태일의 글과 유품의 ‘전시관’, 50여 석 규모의 공연장, 노동관련 시청각 교육장 등이 들어선다.

4~6층에는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안국동에서 옮겨온다. 소규모 노동조합에 공유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노동허브’와 비정규직 등 소외계층 노동자들에게 건강검진을 제공하는 ‘노동자 건강증진센터’ 등도 함께 들어선다.

신건택 수석부위원장은 “노동계 출신으로 시의회에 들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에 힘을 보탤 수 있어서 너무 뜻 깊다”며 “손꼽아 기다리는 개관하는 날은 한 사람의 시민이자 노동자로서 ‘인생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