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부터 수술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부터 수술해야 할지 모르겠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8.07.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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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걸림돌은 이것

택시산업의 고민은 한 가지만 빼면 노사의 의견이 일치했다. 어느 한 쪽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의견이 달라지는 문제도 해법을 달리할 뿐 현실 인식은 같이 하고 있었다. 무엇이 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살펴봤다. 고유가와 정부정책의 부재는 운수산업 전반에 걸치는 문제이므로 별도의 기사로 다룬다.

1. 택시노동자의 하루      2. 택시 걸림돌은 이것      3. 해법은 없나?



문제 하나. 수급 불균형

택시산업은 지금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비단 택시노동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업주들 또한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택시산업이 당면한 위기요인으로 노사가 공히 지적하는 것은 공급과잉. 손님은 점점 줄어드는데 택시는 이미 포화상태를 넘었다는 것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한명호 전무이사는 “무엇보다도 공급이 넘쳐서 수급이 불균형상태라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밝혔다. 한 전무에 따르면 “증차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이양했는데, 단체장은 선심행정으로 개인택시 증차를 남발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자체에서 행사라도 열리면 개인택시를 무한정 증차하는데, 행사가 끝나도 늘어난 택시는 다시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공급은 넘치는데 손님은 한정돼 있다 보니 수급이 불균형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공급과잉의 원인을 설명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임승운 정책국장도 “현재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비율이 4:6 정도다. 정부와 지자체가 무분별하게 개인택시 면허를 남발했기 때문”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3:7, 2:8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한다.

임 국장은 또 “비록 정부가 총량제로 택시 증가를 억제한다지만 개인택시 양도·양수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결국 법인택시 증가만 묶을 뿐”이라며 “번호판 하나에 몇 천만 원씩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되는 현실에서 한 번 발급된 개인택시 면허는 줄어들지 않고, 법인택시에서 일하다가 자격만 되면 번호판을 사서라도 개인택시로 넘어가면 결국 법인택시는 줄어들고 개인택시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문제 둘. 택시요금 억제

택시산업 노사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위기요인은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택시요금. 한 전무는 “그동안 물가는 엄청나게 올랐는데 택시요금은 제자리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요금을 억제하기 위해 택시요금을 묶어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요금 문제를 지적한다. 한 전무는 “그러면서도 정부는 택시를 고급교통수단으로 분류해 대중교통육성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며 정부 정책이 모순된다고 덧붙인다.

임 국장도 “그동안 노동조합에서는 택시요금이 공공요금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인상을 반대했다. 하지만 더 이상 요금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택시를 고사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요금인상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IMF 이후 성업 중인 대리운전도 택시에게서 손님을 뺏어가고 있다. 임 국장은 “예전에는 야간에 장거리를 가는 손님들이 많아서 주간보다 야간이 수입이 많았다. 지금은 대리운전 때문에 오히려 야간에 수입이 더 적다”고 이야기한다.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문제 셋. 편법적인 수입구조

임 국장은 이에 덧붙여 한 가지를 더 지적한다. 택시의 수입구조가 그것. “택시 수입구조는 대단히 열악하다. 기본급이 있지만 법정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사납금을 입금하고 남은 금액을 기사가 갖는 식으로 보충하는데 이는 편법일 뿐”이라는 것이다.

임 국장에 따르면 “택시는 12시간 맞교대로 운행한다. 교대나 식사시간은 생각 않고 시간당 1만 원 정도 번다고 하면 하루 수입은 12만 원이다. 그중 사납금으로 9만 원 정도 입금하고 LPG 값, 식대 빼면 수입은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한다. 현재 택시회사에서는 매 교대 때마다 유류비로 24ℓ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개별적으로 넣는다. LPG 연비가 그리 높지 않아 24ℓ로는 하루 운행 거리 절반도 못 간다는 것이 임 국장의 설명. 이에 따라 택시노련에서는 택시수입 전액관리제와 급여 완전월급제를 주장하고 있다.

한 전무도 이런 현실은 공감한다. “몇 년간 택시수입은 줄었는데 사납금은 그대로다. 게다가 유류비도 급격히 올랐다. 그러니 기사들이 가져가는 수입은 많이 줄었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사업주 측에서는 “노사가 충분히 이야기해 공감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어 노사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