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3社, 납품업체와 상생하겠다면서 밥그릇을 놓지 못하네
백화점 3社, 납품업체와 상생하겠다면서 밥그릇을 놓지 못하네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8.11.13 00:23
  • 수정 2018.11.13 0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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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백화점 특약매입거래 대부분 수익은 백화점이 가져가고 비용 부담은 납품업체가?

[리포트] 특화점 특약매입 관행

백화점 판매수수료율은 납품업체와 그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 등 노동조건을 좌우하는 구조적 요인 중 하나다. 그래서 그 ‘정도’의 조절은 대형 유통업체인 백화점과 중소납품 업체 간을 상생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백화점 수수료율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독과점 구조와 이들 대부분이 판매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실정을 꼽는다. 내부적으로는 ‘특약매입’이라는 특수한 거래 방식 등 백화점이 각종 비용과 위험을 납품업체에 전가해오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지 오래다. 여러 논문과 자료들을 참고해 백화점 판매수수료 실태와 관련된 주요 개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판매수수료는 납품업체들이 대형 유통업체에 입점 또는 납품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이다.

출처 : 롯데백화점 홈페이지
출처 : 롯데백화점 홈페이지

백화점 판매수수료율, 3년째 제자리걸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백화점·텔레비전 홈쇼핑·대형마트·온라인몰 등 유통업체 별 판매수수료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7개 백화점 명목 수수료율(품목별 판매수수료율 평균)은 지난 3년 동안 27%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평균(27.7%)이 2016년 27.4%에 비해 0.3%포인트 오르면서 2년 전 평균 27.9%에 다시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명목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업체는 롯데와 현대로 28.8%였다.

납품업체들이 판매수수료 외에 부담하는 인테리어비·판촉비 등 각종 비용은 매장당 5,430만 원으로 2016년보다 2.8%(150만 원)로 비교적 크게 올랐다. 2017년 전체 백화점 납품업체 1만 5,998개가 부담한 추가 비용 증가액은 24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품목별로 명목 수수료율 차이가 큰 데다 백화점 할인 행사 횟수가 잦아지는 추세여서 중소납품업체 사이에선 이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화점이 할인행사를 할 때 판매수수료율을 3%포인트 정도를 내리고 있어서 할인행사가 많을수록 평균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할인 부담이 커서 “남는 게 없는 건 매한가지”라는 게 중소납품업체들의 입장이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업체별 명목 수수료율은 최소 3%에서 최대 49%까지로 그 범위의 격차가 상당했다. 상품군 소분류에 따라 그 격차의 크기를 평균 낸 결과는 37.96%p였다.

백화점 수익 대부분이 납품업체 판매수수료

일반적으로 국내 백화점의 매입거래 방식은 직매입과 특약매입, 위탁매입, 판매분 매입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부가가치세 제도 도입 이후 특약매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실정이다. 이는 우리나라 백화점들이 납품업체 수수료에 의존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뜻이며 백화점도 납품업체처럼 판매수수료에 의해 수익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판매수수료가 백화점의 주요 수익 근원이 되면서 백화점이 판매수수료를 결정할 때 시장수요와 원가 외에도 목표한 매출을 고려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물론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당연한 논리이다. 그러나 중소납품업체에 백화점과 동등한 거래교섭력이 주어지지 못한 상태, 즉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납품업체의 입장보다는 백화점의 입장과 판단이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로 인해 판매수수료 결정 과정의 객관성과 납품업체 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지난달 바른정당 이태규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 3사의 ‘특약매입’거래 매출 비중이 2016년 71%에서 지난해 7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과 2015년 모두 78%에 달하던 특약매입 비중이 2016년 소폭 감소했다가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선 셈이다. 특약매입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백화점으로 최근 4년간 평균 84%에 달했다. 이어 신세계백화점(72%), 롯데백화점(69%) 순으로 높았다.

특약매입은 대규모 유통업체가 매입한 상품 중 판매되지 않은 상품을 반품할 수 있는 조건으로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외상 매입하고 상품판매 후 일정률이나 일정액의 판매수익(=판매수수료)을 공제한 판매대금을 납품업체에 지급하는 거래 방식이다. ‘특정 매입’이라고도 부른다. 특약매입은 백화점이 제품을 소유하지만 판매 활동과 반품비용은 납품업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특수하다. 다만, 판매방식이나 점포운영방법에 있어서 임대매장과 차이가 없는데도 회계상으로 직매입의 형태를 띤다.

임대을은 점포 임차인이 백화점 매장 일부를 임차하여 상품 등의 판매에 사용하고 그 판매액의 일부를 임대료로 지급하는 거래방식인 위탁매입의 하나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부과하는 방식이어서 특약매입과 유사하다. 이와 달리 임대갑은 매출액과 상관없이 매월 고정적인 임대료를 내는 형태다. 한편 직매입은 대규모 유통업체가 매입한 상품 중 판매되지 않은 상품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고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매입하는 거래 방식이다. 판매분 매입은 백화점이 판매된 상품만 매입하는 형태로 백화점이 자기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대부분 비용과 책임을 납품업체에 넘기는 소극적인 거래방식이다.

거래형태별 거래조건 특징은 다음과 같다.

불공정 거래 관행은 물론
납품업체 판매직 노동자 권리까지 해치는 특약매입

문제는 백화점이 특약매입을 통해 재고 손실을 피하고 인테리어, 판매사원 등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을 누리는 데 반해 납품업체는 외상 매출에 따른 판매수익의 불확실성, 재고 부담, 인테리어, 판매사원 등의 추가 비용에 따른 납품가격 상승과 같은 위험을 안게 된다. 특히 백화점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부담이 필요한 부분은 납품업체가 지고 있는 형상이어서 더욱 문제가 된다. 나아가 백화점에 근무하는 납품업체 소속 판매직 노동자의 경우 그 소속과 실제로 근무하는 공간인 백화점에서의 관리·감독 책임 주체가 달라 노동권을 보호받기 까다롭다는 문제도 있다. 일례로 백화점은 원칙적으로 납품업체 소속 판매직 노동자에게 고객용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고 직원용 화장실 사용만을 허락하고 있는데, 그 수가 적거나 판매직 노동자가 근무하는 매장 위치와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아 이용하기 어렵다. 그로 인해, 판매직 노동자가 방광염 등 건강 질환을 앓게 되는 경우, 정작 해당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법적 책임은 납품업체에 있지만, 이들은 백화점에 판매직 직원들의 고객용 화장실 사용을 허락하게 하거나 직원용 화장실을 늘리게 하는 등의 변화를 요구하기 어렵다.

물론, 납품업체 입장에서도 판매수수료율만 정해지면 상품의 입·출고가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고 백화점 입장에서도 판매수수료는 이들이 납품업체를 대신해 고객을 모으고 판촉 활동을 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할들을 하기에 단순히 판매수수료율이 높다고 해서 사회적 비판을 받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해 11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두 번째로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납품업체와 골목상권과 상생, 협력한다며 자율 개선 방안을 먼저 내놓고 공정위가 앞서 8월에 발표한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상생할 때다.

참고자료

1. <우리나라 백화점의 매입관행 개선방안:납품업체와의 동반성장 관점>, 임채운·이호택(2013)

2. <백화점의 판매수수료 현황 및 정책대응 방안>, 이정희·황성혁·김성민(2010)

3. <백화점 판매수수료율 적정화 방안 토론회>, 국회의원 이성헌·중소기업중앙회(2011)

4. <특약매입과 콘사인먼트 비교분석>, 김동호·김성수·정명희·윤명길(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