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경쟁, 노사갈등으로 제때 의사결정 못하면 낭패
급변하는 경쟁, 노사갈등으로 제때 의사결정 못하면 낭패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존 성공 안주 말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함께 찾아야

[커버스토리] 구조조정을 구조조정하라 ③ 노사 대표자 인터뷰

친구처럼, 동료처럼. 노사 대표자가 마주한 자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분위기랄까? 오랜 세월 같은 업종에, 한 기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쌓인 파트너십이 아닐까?

섬유산업은 한때 한국의 주력산업이자 수출역군이었지만 지금은 사양업종으로 취급받고 있다. 생산현장은 진즉 중국으로, 동남아로 저렴한 인건비를 좇아 해외로 진출한지 오래다. 이미 구조조정은 끝난 게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섬유업종에서 한일합섬 노사는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왼쪽부터 백의현 한일합섬 대표이사와 김우갑 한일합섬 노조 위원장 

섬유산업은 과거 수출주도산업으로 국가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한일합섬 설립 이후, 한일합섬의 황금기는 언제였습니까?

1960년대 들어 세계섬유시장은 화학섬유와 합성섬유의 붐에 들떠 있었고 양모를 대용하는 아크릴은 나일론 · 폴리에스터와 함께 ‘마법의 섬유’로 소비자의 인기를 끌고 있던 시기입니다.

한일합섬은 1964년부터 아크릴섬유를 생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973년에는 국내 단일기업 최초로 ‘1억불 수출의 탑’을, 1979년에는 ‘4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랬던 섬유산업이 현재는 생산, 고용, 수출 등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노사 대표자께서 생각하는 섬유산업 위기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섬유산업의 위기와 이에 따른 한일합섬의 위기는 언제부터 시작이 됐습니까?

1970~80년대 섬유사업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1988년 88올림픽 이후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섬유산업을 포함한 산업전반에 걸쳐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일합섬의 경우도 주력사업인 (아크릴)섬유 부문의 수요감소 및 비용증가 등으로, 사업경영에 있어 위기가 다가오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와 더불어 한일그룹 해체라는 커다란 시련을 겪게 됩니다.

준비 없이 맞이하는 변화는 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 당시 한일합섬은 산업 변화에 대한 대응책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까?

당사는 1991년부터 이미 구조조정 작업을 착수하여, 국내공장을 해외로 이전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재 국내외에 이원화된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으며, 해외공장(인도네시아)에서는 일반제품을, 국내공장(의령, 대구)에서는 특수 부가가치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산업 변화에 대해 남들보다 한발 앞서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현재 당사는 동종업계 타사 대비 안정적인 공급 및 제품의 경쟁우위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김우갑 한일합섬 노조 위원장
김우갑 한일합섬 노조 위원장

현재 한국의 섬유산업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면 될까요?

섬유산업은 1960~7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인건비 상승, 제조공장의 해외이전 등으로 인해 국내 섬유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전자산업, 정보통신(IT), 엔터테인먼트 등의 사업들이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으로 부각되었습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산업소재의 경량화, 소재의 다양화, 기능성 제품 등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섬유산업의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기 돌파 과정에서 회사와 노동조합은 각각 혹은 함께 어떤 대응책을 마련했습니까?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를 비롯하여, 수차례의 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각종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회사와 노조는 저수익 사업부의 정리, 인력 구조조정, 부동산 매각 등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였습니다. 그러한 결과로 지금의 한일합섬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회사와 노조는 한 가족이라는 굳은 신념으로 일치단결하였고, 불가피하게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조차도 자신의 희생을 통해 회사를 살리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한일합섬은 회사와 노동조합이 함께 만들어 낸 상생의 산물입니다.

이 과정에서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는 등 노사 간 부딪히는 지점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갈등이 있었고, 어떤 합의점을 찾았는지도 궁금합니다.

1991년 인도네시아로의 공장 이전을 시발점으로 하여, 인도, 중국 등지로의 해외공장 이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국내 생산공장을 해외로 이전함에 따라, 회사는 직원의 안정적 고용보장을 담보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사 간에 이견이 발생하기도 하였으나, 노사는 회사의 생존과 지속성장을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에 동의 및 협조를 함으로 큰 분쟁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비단 섬유산업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지금, 일터를 지키기 위한 노사 모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깨닫고 회사의 현 위치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기류를 알지 못하고 현실에만 안착한다면 도태되는 일은 자명한 것입니다.

국가를 보더라도 과거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주력 산업들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고, 기초소재산업에서 완성재 산업까지 이미 중국에 추월된 상황입니다. 회사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꾸준히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각자의 업무에 충실하며 목표달성을 위해 노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한일합섬의 주력상품은 무엇입니까?

한일합섬의 주력상품은 1967년 국내 최초로 생산하기 시작한 아크릴 섬유 HANILON이며, 전 세계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HANILON은 뛰어난 품질을 바탕으로 국내외 모포, 양말, 카페트, 롤러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반영구적 항균 효과의 HANILON AB+와 전자파 차례와 정전기 방지기능이 뛰어난 ELEX(엘렉스) 원사를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오콘과 영·유아용 ‘뽀로로’ 이너웨어를 함께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신규 성장 동력 확보가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한일합섬이 자체 개발한 기능성 섬유인 HANILON AB+를 적용하고 글로벌 캐릭터 뽀로로를 접목한 차별화된 제품으로 기존 B2B 사업에서 B2C까지 시장을 넓혀 나갈 계획입니다.

이번 사업을 통해 당사는 협업을 통한 유통사업의 기획력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올해는 ‘핑크퐁과 상어가족’ 캐릭터를 활용한 프리미엄 영유아 침구류까지 선보여 신규시장 개척 및 판로확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부문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완제품 유통사업은 회사의 위기돌파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회사도 기존 원사판매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습니다.

최근 섬유산업에서 기능성 의류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일합섬에서도 기능성 의류를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1994년 관련 특허를 취득한 ELEX-복합원사는 섬유와 구리의 이온결합을 통해 도전성을 부여, 전자파 차폐, 정전기 방지, 항균, 소취, 축열 등의 기능을 가진 프리미엄 원사입니다. 정전기로 인해 제품 불량이 발생할 수 있는 전자기기 생산공정의 작업복이나 제전 장갑은 물론 일상생활 속 불편함을 방지하는 내의 등에 사용됩니다.

VOLTLON(ELEX 파생상품)-복합원사는 기존 도전성 원사의 높은 가격을 낮추고 다양한 컬러를 구현해 범용성을 높임. 혼용율에 따라 항균 및 소취기능, 정전기 방지, 전자파 차폐 등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어 내의, 침구류 등 다양한 생활제품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2015년 개발한 HANILON AB+는 항균 기능성 섬유로 천연섬유, 재생섬유, 화학섬유 등과 폭넓게 혼방하여 다양한 제품생산이 가능. 100회 세탁 후에도 99.9% 항균성이 발휘되는 반영구적인 원사입니다. 2016년 개발한 SHIELDPIA는 원료 단계부터 난연성과 항균성을 부여하여 화재 발생 시 불의 확산을 최소화하고, 항균 기능 또한 반영구적으로 유지됩니다.

향후에는 산업용 보호장구 내피 및 모포, 부츠에 사용할 수 있는 흡습·발열 원사와 산업소재 부직포 분야 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백의현 한일합섬 대표이사
백의현 한일합섬 대표이사

앞으로 한일합섬이 성장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당사만의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합니다. 또한 고객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협업관계 구축과 변화하는 시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협력적 조직문화가 필요합니다.

산업 및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변화의 물결에 적극적이고 올바른 방향으로의 대응 여부에 따라 기업들은 생존과 도태의 갈림길에 놓이게 됩니다. 기존 성공에 안주하고 산업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며, 의사결정의 시기와 방향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급변하는 변화의 시기에 노사 갈등으로 적시의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면 큰 낭패입니다.

성공하는 조직은 직원들 간의 끈끈한 소속감이 있습니다. 회사의 일이 곧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며 회사가 나의 성장과 행복을 보장해주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끔 노사 간의 신뢰 구축이 중요합니다. 신뢰를 협업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로 만들어내는 최종의 단계는 바로 사람들을 하나의 목표로 이끄는 공동의 이정표를 세우는 일입니다.

 

 

백의현 한일합섬 대표이사 프로필
1974. 2 서울 배재고등학교 졸업
1981. 2 성균관대학교 섬유공학과 졸업
1981. 3 (주)한일합섬 입사
2009. 1 (주)동양메이저 섬유사업본부장
2016. 12 (주)동양 대표이사(사장)
2018. 1 (주)한일합섬 대표이사 사장(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