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 의지, 변화의 흐름을 만들다
노동정책 의지, 변화의 흐름을 만들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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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존중 향한 서울시의 도전

[리포트] 서울시 노동정책

지방정부의 노동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 중 서울시의 노동정책은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11일 서울특별시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동 주체로 열린 ‘고용노동정책의 분권화와 지역 사회적 대화의 활성화’ 토론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7년 동안의 서울시 노동정책을 평가했다.

서울시 노동정책의 주요한 내용을 무엇이며, 사업을 진행하며 겪고 있는 고민 점과 앞으로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서울시, 변화의 시작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했다. 과거와 다른 행정체계로 변화하면서 노동정책 방향도 새롭게 설계했다. 전국 최초로 노동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전문가들의 숙의과정, 노동단체와 협의하며 4년간의 준비 기간 끝에 2015년 서울시는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 사업을 시작했다. 정책의 큰 추진 방향은 근로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서울시 노동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과 서울시를 시작으로 공공부문부터 노동정책의 선도적인 모델을 창출하고 민간부문으로까지 확산하는 것이다. 4대 정책 과제로 ▲여성, 청년, 어르신, 장애인, 외국인 등 취약 근로자의 권익 보호 ▲실태조사, 교육, 상담, 홍보를 통한 노동기본권 보장기반 구축 ▲공공부문의 실질적인 사용자인 서울시의 사용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고용의 질 개선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 구축을 선정했다.

서울시는 다양한 노동정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지 못 하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을 때, 지방 정부에서 노동자들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생활에 기본적인 필수품(주거, 음식, 교통, 문화비용 등)을 제공하고, 해당 지역의 물가수준을 반영해 실제 생활이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체계이다. 생활임금은 2019년 시급 기준으로 만 원을 돌파했고, 서울시민 중 약 만 명 정도가 대상자로 선정돼 혜택을 받고 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시작은 서울시다. 상시지속 근무를 하는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총 9천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2012년부터 1단계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을 완료했고, 2016년부터는 2단계 비정규직 정규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규직화 이후 처우개선을 위해 ▲정년 보장 ▲임금 및 복리후생 개선 ▲직무교육 ▲호칭개선 등 노동혁신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이어서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모델을 제시했다. ‘주40시간 상한제’와 ‘초과근로 제한’ 그리고 ‘최소 휴식시간과 휴가 보장’이 목표다. 시범운영기관을 선정해 주5일제 근무를 확립하고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 모델을 연결하는 사업들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또한, 계층별·업종별 취약노동자들을 위한 지원 센터들이 서울시 곳곳에 만들어 이동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일에 따른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작은 쉼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최초로 감정노동자를 위한 ‘서울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 보호센터’를 16일 개소했다. 감정노동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대안들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노동이사제’ 도입 역시 서울시의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다. 100명 이하 사업장에는 1명, 300명 이상 사업장에는 2명의 노동이사가 참여한다. 이 제도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노동이사와 기존의 이사들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협력관계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성공적 사례로 뽑히지만 완성형으로 가기위해서는

토론회에 참여한 노광표 서울모델협의회 위원장은 서울시 노동정책의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성공의 핵심 사안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확고한 믿음이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법 제도에 대한 한계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서울시가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행정체계를 확립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12년 ‘노동정책과’라는 과단위 조직을 만들었고, 이후 2016년 ‘일자리노동청책관’이라는 국단위 조직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사업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졌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방향성부터 시작해서 체계적인 모델을 만들어 냈던 것 역시 장점 중 하나라고 뽑았다.

노동 상담과 교육을 위한 센터는 고용노동부와 각 지자체에서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동권익센터는 이용자 수가 월등히 높다. 문제 해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열심히 경청하고 그 문제를 내 일처럼 해결하려고 의지를 가진 시민 단체 속에서 훈련받은 사람들이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행정적 업무로 진행되면 노동자들이 마음 놓고 상담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열린 마음으로 노동자들에게 다가갔다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해석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과 함께 7년 동안 노동정책 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을 두고 지방정부의 노동정책 영역이 존재하고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으며 자치적 노동행정의 장을 여는 주체로서 지방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서울시였지만, 명확한 한계점은 존재했다. 노동정책은 공공부문에 소속돼 있는 노동자들에게 조금의 변화가 있었지만 서울시 다수의 민간부문에는 여전히 저임금 비정규직, 사회적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그 영향이 미미했다는 점이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토론회에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정책의 한계점에 대해 공감했다. 박 시장은 “임의로 노력하고 있지만 사법권이 없어 어려운 점이 많다”며 “서울시가 공공기관에 했던 실험을 민간으로까지 확장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서 노동 분야에 대한 권한을 위임해줘야 한다”고 권한에 대한 이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실제로 고용노동부에서 근로감독을 실시하면 인력 부족하다는 문제와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 한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지방정부에서 권한을 이양 받으면 노동이 존중받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이행하는 데 힘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조합의 힘이 중요한 상황에서 아직까지 노동조합 조직률이 10%에 머물고 있으면 사회개혁의 동력이 생기기 어렵다”며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데 있어 지방정부에게 큰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 서울시
ⓒ 서울시

‘노동존중 특별시’를 넘어 ‘Union City’로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지금까지 표방한 ‘노동존중 특별시’를 넘어 ‘유니온 시티(Union City)’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박 시장이 새롭게 선보인 유니온 시티는 비정규직도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시간단축으로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노동존중특별시, 서울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세부과제로는 ▲비정규직도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한 광역·25개 자치구에 워커센터(노동자 종합 지원센터) 설치 ▲임금체불 제로시티·노동안정망 구축 ▲노동자에게 1박2일 휴식권 제공을 통한 워라밸 보장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청년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서울시가 한 단계 넘어선 유니온 시티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먼저, 박 시장도 강조했던 노동행정 권한의 지방정부 이양이다.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 문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어려운 과제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짤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우선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 협치를 통해 새로운 방안을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시가 강조하고 있는 체불임금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힘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권한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노사민정 협의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노사민정 산하의 특별협의회 기구로 ‘노사정 서울모델협의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기구를 통해 노사 간의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에 중재자로 나서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본 기구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부재로 지역의 노사민정 협력체계가 굳건하게 구축돼 있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민주노총의 참여를 독려해 보다 원만한 노사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에게 주어진 두 번째 과제이다.

마지막 과제는 사회적 연대가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고용불안의 심화, 저임금 확대 및 사회 불평등 악화로 청년들에 대한 불안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역의 사회적 대화체계를 단순히 노동권익 차원이 아니라 한 단계 뛰어 넘어 지역의 사회적 대화 체계로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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