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영 회장님, 만나서 대화합시다”
“유시영 회장님, 만나서 대화합시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11.13 00:20
  • 수정 2018.11.13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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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교섭 촉구하며 점거농성 들어간 유성기업 노동자들

[인터뷰]이정훈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

지난달 15일부터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지회장 도성대·이정훈, 이하 지회) 노동자들이 서울 삼성동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지난 8년간 노조파괴를 끝내기 위해 유시영 회장에게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며 “실질적 지배권이 있는 유시영 회장이 직접 지회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유성기업 서울사무소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이정훈 지회장을 만났다.

현재 점거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와 충남지부 대표자들과 함께하고 있으며, 유성기업지회에서는 도성대 지회장과 내가 교섭대표로 점거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현장은 전면파업을 하고 있으며, 점거농성은 유시영 회장과 직접 교섭이 성사될 때까지 무기한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성기업 문제는 8년간 이어져왔다. 이 시점에 점거농성에 들어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가?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없다. 있다면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것. 유성기업은 지난 8년간 노동조합 파괴와 관련된 내용들로 검찰 수사와 재판, 유죄판결까지 받은 바 있다. 유시영 회장은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받고 복역했으며, 지난 8월에는 유성기업 노조파괴의 구체적 실행계획을 수립했던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심종두와 김주목 역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측은 교섭을 하자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사측 교섭위원들을 교섭에 테이블에 앉혀놓고 시간을 끌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온 시간들이 너무 길었고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유시영 회장과의 직접 교섭이 우리의 요구다.

유시영 회장과의 직접 교섭에서 어떤 요구를 하고자 하는가?

요구는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 ▲어용노조 무효화 ▲한광호 열사에 대한 사과와 보상 ▲임금교섭 재개 등이다.

법원 판결은 유성기업 노조파괴가 범죄라는 사실을 확정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노조파괴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집행유예를 받는 등의 처벌은 이루어졌지만 지회에서 요구하는 것은 책임자들이 ‘퇴진’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노조파괴가 명확히 드러났다면 정지되어 있는 지회의 단체협약을 원상회복하는 조치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또한, 노조파괴 과정에서 세상을 떠난 한광호 열사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 있어야 한다. 한광호 열사는 세상을 떠난 지 1년 만인 지난해 3월 장례를 치렀다. 회사의 실질적인 사과와 보상이 없이 치른 장례이기 때문에 한광호 열사의 한을 못 풀었다고 생각한다. 장례를 1년이나 미룬 것도 열사의 죽음이 유성 자본의 탄압에 의한 죽음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하기 위해서였다. 청와대, 현대자동차 앞 등 여러 장소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등 투쟁을 이어갔지만 열사의 시신이 부패되는 등 더 이상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장례를 치렀다. 이런 죽음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노조파괴로 인한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후대책 역시 중요하다.

한광호 열사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정신적인 고통이 심각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발표가 미뤄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것이 지난해다. 올해 2월 결과를 발표하고 노사 및 고용노동부를 포함해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금까지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 지금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고통 받고 있다. 다시는 한광호 열사와 같은 죽음이 재발되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데, 실태조사 결과는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원들을 위해서라도 실태조사를 하루빨리 발표하고 청문회 등 후속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