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으로 남길 원하는 한국건설관리공사
공공기관으로 남길 원하는 한국건설관리공사
  • 한종환 기자
  • 승인 2018.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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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계속된 정체성의 혼란을 끝내길 바라다

[리포트] 한국건설관리공사

2008년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라 한국건설관리공사는 민영화 대상이 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매각되지 않으며 공공기관의 제약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민영기업으로 취급받고 있다. 수주 감소와 자금난을 겪으면서도 공적 업무를 수행해 온 그들은 이제 건설안전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건설안전 관리를 전담하는 공적 기능을 재정립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공기관으로 남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상도유치원 사고는 이미 예견됐었다

최근 상도동 공사장에서 밤 11시경 흙막이 벽체가 무너져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만약 낮에 발생했다면 자칫 어린 생명들을 앗아가는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따지고 보면 법적인 사각지대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이기도 했다. 소규모·민간건설공사의 경우 관련 법상 50세대 미만의 다세대주택의 경우, 공사감리를 건축주가 지정할 수 있다. 따라서 건축주에 종속된 감리자가 품질관리를 하기에 관리감독은 부실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상도유치원 사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비건설업의 재해는 5.9%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오히려 8.7%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2017년 건설재해 전체 사망자 506명 중 의 34.8%가 3억 미만 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했고, 특히 120억 미만 중·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75.9%가 발생했다. 중·소규모 공사에 대해 설계단계에서 공사 완료 시까지 건설 현장의 위험요소로부터 작업자들이 안전하도록 관리할 수 있는 안전관리체계 수립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안전관리 전담기관의 역할을 한국건설관리공사에서 하겠다고 나섰다.

공공기관? 민간기업? 대체 정체가 뭐니

공공기관은 기본적으로 공익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다. 한국건설관리공사도 마찬가지다. 1991년 팔당대교 붕괴사고, 1992년 신행주대교 붕괴사고 등 90년대 초 발생한 대형사고들을 계기로 책임감리제도의 조기 정착 선도 및 부실시공 방지를 위한 감리전문회사 설립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 결과 국무총리 주재의 관계 장관회의 의결을 거쳐 당시 도로공사, 주택공사, 토지공사, 수자원공사 산하에 4개의 감리공단이 설립됐다. 이후 4개 감리공단의 기술 수준과 경영 효율성 제고 및 민간감리회사와의 기능중복 해소를 위해 1999년 3월에는 4개의 공단을 통합돼 한국건설관리공사가 설립됐다. 한국건설관리공사는 도로공사가 최대주주사로 지분율 42.5%를 소유하고 있다.

이후 2008년에는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라 민간의 책임감리가 활성화된 점을 감안하여 민영화 대상기관으로 분류됐고, 3년의 유예기간 이후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매각이 추진됐다. 정부는 4차례의 유찰 이후 최대 주주사인 도로공사가 매각 의지가 부족하거나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위탁협정 체결 후 매각을 추진하였으나 다시 2회 유찰로 이어졌다. 2016년에는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에 따라 경북 김천혁신도시로 이전을 완료했다.

한국건설관리공사의 수주액은 민영화 결정 이전인 2007년 이후 감소추세다. 민간 업체와의 수주경쟁력 약화로 전체 건설사업관리 시장규모는 증가 추세이나 건설관리공사의 점유율은 가파르게 감소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공공기관이라 각종 규제란 규제는 다 받으며 민간업체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이전 또한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자구책으로 4번의 구조조정을 하며 하며 공사로 통합 당시 1,200여 명이었던 정규직은 현재 335명으로 축소됐다. 감리 관련 회사는 인력이 곧 자본이기 때문에 인원감축은 곧 경쟁력 약화이기도 했다.

공공기관으로 남는다는 것의 의미

수주를 따기 어려워지며 일거리는 줄어들었다. 2019년에는 자금 고갈이 예상되는 시급한 상황이라고 허 위원장은 밝혔다. 그러나 공공기관이라는 자부심과 의무감으로 일감이 없을 때도 보수 없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했다.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지자체 등 총 51개 기관과 MOU 체결하여 건설관리 취약부문에 대해 기술지원을 해서 설계도서 검토, 시공지도, 품질관리 적정성 확인, 문제점 발생 시 대안 제시 및 안전점검 등 총 3,890여 건을 수행해 포항 지진대응 이바지 등 기술지원 관련 감사패 및 표창 수여를 12건 했다. 출장비만 받거나 별다른 보수 없이 감사패 및 표창을 받았을 뿐이지만, 그들은 공공기업이니깐 기꺼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허진영 위원장은 “노사가 뛰어난 인적 자원을 활용해 건설 사각지대에서 공익을 추구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한국건설공사 정규직의 96%인 320명이 기술인력이다. 그리고 정규직 기술인력 중 86%인 276명이 특급기술자이며, 이들 중 기술경력 20년 이상이 217명으로 79% 비율을 차지한다. 현장경험과 기술력이 우수하다며 인적 자원을 강점으로 든다. 이를 바탕으로 앞서 말한 안전관리 전담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공적 기능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파이가 작거나 민간시장이 꺼려도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국민의 안전 등을 위한 일일 것이다. 공공기관은 결국 무엇보다도 공적 기능을 제 1순위로 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공적기능이 다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한국건설관리공사는 본래 목적이 달성됐으니 새로운 공적 기능으로 건설안전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안전 관리를 전담하고 싶다고 한다. 왜 공적기능을 맡고 싶냐는 질문에 허 위원장은 “우리는 공공기관이니깐 건설 사각지대에서 위협받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거다. 10년 간의 매각이 실패했다면 민영화에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고, 이번 정부는 공공기관의 민영화 기조와는 다르기 때문에 국민에게 꼭 필요하고, 우리가 자신있어하는 일을 맡겨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공공기관이라는 혜택을 받으며 살기 위한 이기심 때문이라고 얘기할지도 모른다. 허 위원장도 물론 상황이 위험하니 안정을 위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총체적 위기가 공공기관으로서의 제약을 다 받으며 민영기업과 경쟁을 하려고 하니 지금의 위기는 억울한 감이 있다.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과 재정난을 겪는 상황에서도 공적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 온 곳이라면, 이것이 과연 이기심 때문만일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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