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과 노력으로 일군 강남우체국, 보상도 뒤따라야
땀과 노력으로 일군 강남우체국, 보상도 뒤따라야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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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강남이 아니다? ... 여전한 집배원들의 애환

[인터뷰] 이상근 강남우체국지부 지부장

명실상부 가장 규모가 큰 우체국를 꼽자면 빠지지 않는 곳이 강남우체국이 아닐까.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조합원 수는 465명. 단순히 인원만 많은 게 아니다. 강남우체국의 일주일 수익이 제주의 일년치보다 많고, 한 달을 벌면 강원의 일년치와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1990년대 말, 2000년 즈음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힘들기로 소문이 났던 강남우체국. 하지만 이상근 강남우체국지부장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며 손사래를 친다. 가뜩이나 힘든 곳으로 굳어진 이미지가 좀처럼 바뀌지 않아 우정 식구들이 기피하는 곳이 되었단다.

말도 많고, 민원도 많고...

강남우체국의 위치를 보자면, 강남구 전체에서 약간 동남쪽으로 치우쳐 있다. 복작대는 도심 한복판에 비해 좀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과거에 있었던 논현동 학동역 근방이 훨씬 더 좋단다. 우체국은 그 어느 공공기관과 비교해 보아도 현업 중심의 기관이며, 관내 곳곳으로 집배원들이 나갔다 들어오는 일이 잦으니 입지의 문제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서울 ‘강남’이란 선입견은 대체로 어떤 모습일까? 부자동네란 비아냥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가운데, 그런 강남에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그럼 과연 수월할까?

이상근 지부장은 “예상하는 까칠한 일이 왕왕 벌어진다”고 말한다. 가령 종종 지면이나 뉴스 방송을 장식하는 것처럼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등 배달원 출입을 통제하는 경우가 제일 먼저 시작된 것이 강남지역이다. 수취인의 확인이 필요한 등기 우편물을 배달할 때면 시간 약속을 잡는 것에 애를 먹이기도 한다. 집배원의 입장에선 배달 동선이 있기 마련인데, 무조건 자기 편한 시간에 갖고 오라고 으름장을 놓는 주민들도 있다.

“나도 집배원을 18년 했는데, 늘 이상한 분만 있는 건 아녜요. 심지어는 식당에다 미리 계산해 놓고 밥을 먹고 가라는 주민들도 있고, 가끔 식사하고 있는 집배원들을 보면 누군가 슬쩍 대신 계산하고 가는 분들도 있지요. 한 곳에서 오래 거주하는 주민들과는 가까워지는 게 맞아요.”

이 또한 선입견일지 모르겠지만, 이 지부장이 보기엔 원래부터 강남에 터를 잡고 살던 이들은 비교적 점잖고 온화한 편이다. 하지만 갑자기 돈을 벌어 강남으로 이주해 온 이들은 소위 ‘갑질’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우편업무라는 것도 규정과 절차라는 게 있다. 고객들로부터 민원이 제기되면 가급적, 최대한 편의를 맞춰주지만 경우에 따라선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도저히 불가능한 요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해도 ‘너희가 도대체 무엇인데, 해 달라면 해 주지 말이 많냐’는 식으로 버럭 소리부터 지르면 답답한 노릇이다. 다른 서비스업종이 비슷한 고충을 겪는 것처럼, 아니 오히려 공공 서비스의 영역이기 때문에 우정 노동자들이 겪는 고충은 더 심하다.

“예전부터 강남우체국 국장은 아침에 출근하면 민원부터 한 건 처리하고 일을 시작한다는 농담이 있었어요.”

민원전담 두지 못하는 우체국 인력현실

고객 대면서비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사업장들이 이른바 ‘민원’ 전담 창구를 두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악성민원 고객을 특별히 ‘관리’한다든지, 결정 권한을 갖지 못한 채 기분풀이 대상이 되고 있는 일선 노동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제도적 방비책을 마련한 셈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전담 인력, 부서를 운영하는 경우 민원 발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우체국 인력의 현실 상 아직까지 전담인력, 부서를 둘 형편이 안 되는 점을 이 지부장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실제로 제가 현업에서 이와 같은 민원처리 전담도 해본 적이 있거든요. 현장 조합원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좋은 거고, 민원인도 어쨌든 하소연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고 생각해서 기분이 좀 누그러지고 그래요. 문제는 과연 그 일을 누가 맡아서 할 것인가 인데, 현업 관리자들에게 이런 요구를 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지요.”

등기배달하며 택배 100통도 함께

강남의 경우에도 물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등기 같은 특수우편물이나 택배 물량은 늘고 있다. 강남구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는 테헤란로 오피스 타운의 경우, 강남우체국 전체에서 소화하는 등기 물량의 60%에 달한다.

현장 우정노동자들이 힘든 점은 물량이 없는 날에는 너무 없고, 몰리는 날에는 과도하게 몰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어떤 날에는 집배원 한 사람이 택배 물량만 100건씩 갖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위탁 택배원이 하루에 물량을 120건 정도 처리하는데, 집배원이 등기 배달을 하면서 택배를 그만큼 소화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문제는 주중에 물량이 꾸준한 편이어야 인력을 요구할 수 있을 텐데, 특정한 날에 몰리는 것이라 애매하다는 점이다.

우정 노동자들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죽거나 다치는 현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자세히 소개됐다. 강남우체국에서도 올해 3월 심정지로 조합원 중 한 사람이 사망했다. 작년에는 큰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조합원이 있었다.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조합원도 있다.

힘든 업무 때문일까. 조합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최근 주 52시간 근무를 비롯한 노동시간 단축 현안이다. 또 우정사업 전반의 큰 이슈인 토요배달과 같은 문제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의견은 제각각이라고 전한다. 하게 되면 해야지 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고, 아예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어차피 힘들게 일할 거 금전적으로 좀 더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토요일에 쉬어본 경험 때문에 아예 주말이 있는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고 말하는 조합원들도 많다. 여가도 즐기고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생활에 이미 적응이 된 것.

강남우체국하면 전국에서 손꼽히는 힘든 사업장이었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각인된 이미지 때문에 그런지 우정 노동자들 중 강남우체국에서 일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들은 드물다.

이상근 지부장은 “강남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조합원들이 강남지역에서 출퇴근할 수 있고 하면 얼마나 좋겠냐”고 되묻는다. 집값 비싸고 물가 높으니 일터는 강남이지만 성북, 도봉, 암사 등 외곽에서 출퇴근하는 조합원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조합원들이 강남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메리트나 인센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정사업본부나 서울청에서는 형평성으로 인해 감사에 걸릴 거라는 둥 이런 소리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이 지부장은 하소연을 한다.

공공성을 다시 생각하다

한국 사회에서 공공성에 대한 담론은 어쩐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변질되는 느낌이다. 우정사업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공공서비스, 보편적 서비스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막상 돈이 필요하니 사업에서 이익을 내야만 한다고 강요한다.

이런 근본적인 불만은 구체적인 업무 현장에서 피복이나 장비 등과 같은 문제와도 직결된다. 우정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드는 길은 앞으로도 멀고 험난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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