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자동화 공장 프로젝트 '공장 54'는 왜 실패했나
폭스바겐의 자동화 공장 프로젝트 '공장 54'는 왜 실패했나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11.13 17:26
  • 수정 2018.11.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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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이 노조배제로 이어진다면 결국 '실패'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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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긍정적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자동화로 인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였다.

한국노총중앙연구원과 이용득·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동주최로 1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일터혁신정책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016~2017년 동안 시민, 노동자, 기업, 노사대표를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과 영향, 그리고 대응방안이나 정책과제와 관련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황 부원장은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기술중심주의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기술 및 신 기계 도입 등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에서 이에 상응하는 작업장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일터혁신 정책은 기술 중심이 아닌 노동중심의 정책이 모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간과 노동의 문제를 무시한 채 기술 효율적 관점에만 집중한다면 고용과 노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혁신 자체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발제에 나선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노동 중심적’ 작업장혁신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80년대 초 독일 폭스바겐의 '공장 54'를 실패 사례로 들었다. 당시 자동화율을 25%로 끌어올리고 30% 이상까지 높이는 계획을 세웠지만 ‘라인의 유연성’과 ‘허용오차’로 자동화 공장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술혁신이 노동을 배제시킨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정부에서 2014년부터 실행한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기업은 투자 대비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문제 때문에 기술혁신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5년 이상의 숙련공이 필요한데, 근속연수는 3년에 그친다는 것도 문제라고 꼽았다.

이 소장은 노동 중심적 작업장 혁신을 위해서는 노조의 참여와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혁신이 노동의 인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작업장혁신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