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임금 삭감한 만큼 신규 채용 늘리겠다더니 …
서울대병원, 임금 삭감한 만큼 신규 채용 늘리겠다더니 …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8.11.19 14:01
  • 수정 2018.11.1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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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권고 무시하고 저임금 노동자만 불리한 임금피크제 시행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현정희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이 기자회견을 낭독하고 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현정희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서울대병원이 임금피크제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으면서도 줄어든 임금만큼 신규 채용을 하지 않아 임금피크제가 병원 운영비를 줄이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연봉 1억 원이 넘는 교수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임금피크제가 기본급 160만 원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적용이 돼 ‘고통을 함께 분담하자’는 제도 취지에도 배치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임금피크제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병원이 그간 임금피크제를 악용해왔다고 지적했다.

김태엽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 사무장은 “서울대병원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며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했지만 지난 3년 간 신규 채용한 인원은 100여 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김 사무장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올해 신규 직원 47명을 채용했다. 한편 올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은 이들은 48명이다. 김 사무장은 “임금피크제는 임금을 삭감하는 인원만큼‘만’ 신규 채용을 하라고 도입한 제도가 아니”라며 “줄인 비용에 더해 더 많은 직원을 뽑아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장은 또 노동자가 받는 임금 수준과 무관하게 만 58세가 되면 일괄적으로 임금이 삭감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이미 낮은 급여를 받고 있는 이들의 경우 만 58세가 넘으면 형편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간호조무사 S씨도 “입사 한 지 일 년 반 만에 임금피크제로 임금이 삭감됐다. 그래서 야간 근무를 합쳐도 벌 수 있는 돈이 160만 원에 불과하다”며 “정작 나눠야 할 사람은 나누지 않고 호위호식 하는데 왜 없는 사람들끼리 나누라고만 하느냐”고 호소했다. 이들에 따르면 교수들은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부터 정년이 65세로 일반 종사자보다 길었지만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획재정부는 급여 수준이 매우 낮은 경우(최저임금의 150%수준 이하)엔 임금피크제 적용을 제외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말 그대로 권고 사항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은 2016년부터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되 1년 차(59세)엔 임금의 20%, 2년 차(60세)엔 임금의 30%를 감액하는 임금피크제를 실시해왔다. 당시 서울대병원은 전체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했는데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을 강행한 바 있다. 노동계는 곧장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반발했지만 박근혜 정부와 서울대병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필수유지 업무 대상자를 제외한 500여 명의 의료연대본부 조합원들은 내일(20일)부터 임금피크제 폐지를 비롯한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철회, 인력충원, 복지 회복 등을 요구하며 서울대병원 앞에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