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3명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10명 중 3명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11.21 14:39
  • 수정 2018.11.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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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괴롭힘 방지법’ 제정 촉구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지난 10월 18일 전국의 700만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됐다. 고객으로부터 폭행과 폭언에 보호받을 수 있게 됐지만,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갑질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법 제도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지난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여야합의로 통과한 ‘직장 괴롭힘 방지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 하고 계류 중이다.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과 장제원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법안 통과에 반대했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이하 감정노동네트워크)는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의 갑질과 괴롭힘을 방치하지 말고 법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감정노동네트워크는 노르웨이 버겐 대학의 ‘세계 따돌림 연구소’가 개발한 설문지를 사용해 지난 10월 직장 괴롭힘 실태조사를 시행했다. 1,087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300명(27.8%)이 직장 괴롭힘 피해자로 분류되고 있다고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주 1회 이상의 빈도로 6개월 이상 괴롭힘을 경험한 사람’을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로 분류한 것이다.

한인임 감정노동네트워크 정책연구팀장은 “유럽의 괴롭힘 피해율이 10% 초반인 것에 비해 약 3배가 넘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감정노동자가 보호되려면 직장 괴롭힘에서부터 안전해야 한다”고 법 통과를 촉구했다.

직장갑질 119도 1년 동안 68개 조사 항목을 만들어 대한민국 직장갑질 지수를 조사했다. 40점을 넘어 심각한 수준이라 판단한 갑질은 68개 문항 가운데 17개가 나왔다고 밝혔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0점 가깝게 나와야 할 직장갑질 지수가 평균 35점이 나왔다는 것은 10개의 직장 중 3~4개 직장은 괴롭힘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창진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은 “땅콩 회항 사건으로부터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지난 3월 종양 수술 당시에도 사내 블라인드 게시판을 통해 입에 담지 못할 폭언들이 담긴 수천 개의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는 것을 동료들이 비난하거나 직·간접적인 가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제지할 수 있는 구조적 구속력을 가진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직장 괴롭힘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직장 괴롭힘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