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천미트 생산 재개 하지만, 피해는 어쩌나
런천미트 생산 재개 하지만, 피해는 어쩌나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11.30 20:19
  • 수정 2018.11.30 2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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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공인검사기관 시험 결과 이상 없음 확인
ⓒ 청정원 블로그
ⓒ 청정원 블로그

‘런천미트 세균검출’ 논란으로 생산과 판매를 중단한 지 한 달이 넘은 30일(오늘) 대상 청정원(이하 대상)이 오는 12월 1일부터 캔햄 전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22일 충남도청의 ‘청정원 런천미트 115g제품(유통기한 2019년 5월 15일)’ 수거·검사 결과 세균발육 양성 판정이 내려졌다. 대상은 이틀 뒤인 24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제품뿐만 아니라 캔햄 전제품에 대해서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와 환불을 진행했다.

하지만, 같은 달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류영진 식약처장이 검출된 세균이 “병원성 출혈성 식중독균이 아닌 일반 대장균”이라고 밝히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식품학계나 업체 관계자들은 멸균제품에서 일반 대장균이 나올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런천미트 제품은 멸균제품으로 116℃에서 40분 이상 멸균 처리한다는 것이다. 반면, 일반적으로 대장균은 열에 약해 70~75℃ 이상 가열하면 죽는다. 이를 두고 제조 과정상 문제가 아닌 검사 과정상 오염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식약처는 지난 1일 해당 제품을 검사한 충남도 동물위생시험소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8~30일경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기존의 입장과는 달리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천안공장 가동이 한 달 넘게 중단되면서 공장 자체의 피해액만 수백 억대를 넘어서고 있다. 유·무형의 피해까지 따진다면 그 액수는 1,000억이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의 하락으로 등을 돌린 소비자들이 다시 돌아올지도 미지수라는 것이 대상측의 우려다.

대상은 이번 사건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제공인검사기관인 SGS와 국내공인검사기관인 한국식품과학연구원, 한국 기능식품연구원, KOTITI시험연구원 등에 세균발육 시험검사를 의뢰한 결과,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추가로 식품안전센터에서 검사한 46건도 모두 적합함을 확인했다며 공장에 대한 안전성 점검 결사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결과에 따라 내달 1일부터 캔햄 전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재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노동자들에게 전가된 고통, 보상은 누가 해주나

이번 ‘런천미트 세균검출’ 사태로 기업도 커다란 피해를 입었지만, 천안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상청정원 천안공장은 한국노총 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식품산업노련) 소속 노동조합이 존재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식품산업노련은 지난 16일 충남도청을 방문해 담당부서장과 제품 검사를 진행한 동물위생시험소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 참여한 박준우 식품산업노련 기획정책본부장에 따르면 “검사의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재검사를 요청했지만, 법 때문에 재조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식품위생법 제20조(수거량 및 검사 의뢰 등)에 따르면 식품 등 검사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재검사를 요청,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나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검사항목(미생물, 곰팡이독소, 잔류농약 등)은 총리령에 따라 재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런천미트는 미생물 검사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재검사가 불가능하다는 것.

박 본부장은 “잘못 발표된 결과에 대해서 재검사나 사과 조치가 법으로 마련되지 않았다”며 “연맹 차원에서는 이와 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행정기관을 만나 법 개정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천안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동호 대상노조 천안지부장은 “한 달이 넘게 공장이 돌아가지 않아 조합원들은 개인 연차를 소모하거나 현장에 나와 청소나 설비 보전만 하는 상황”이라며 “협력업체 직원들 같은 경우는 연차를 소모한 후 무급으로 쉬고 있다”고 한탄했다.

공장 가동이 한 달이 넘게 중단되면서 공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부장은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몇 년의 시간이 흐른 것 같다”며 “노동자들의 줄어든 임금에 대한 보상을 물을 곳도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공장은 내달 1일부터 가동을 시작하지만 본격적인 생산은 12월 중순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기계가 한 동안 멈춰있었기 때문에 시험 운전을 하면서 정상가동 되는 건 12월 중순 경”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설 명절을 앞두고 이런 사태가 발생해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 지부장은 “명절 전 세트 물량을 뽑아 상·하반기 매출을 올리는데, 평소라면 물량을 다 뽑았을 것”이라며 “이번 하반기 매출은 적자로 돌아섰다”고 안타까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