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長)들의 횡령할 자유’ 보장 위해 여당이 앞장?
‘장(長)들의 횡령할 자유’ 보장 위해 여당이 앞장?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8.11.30 20:26
  • 수정 2018.11.30 23: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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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사서 요양서비스노조 지도부 무기한 단식 돌입
"더민주, 오제세법 철회 의사 밝혀라"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전국요양서비스노조

김미숙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위원장과 전지현 사무처장이 29일 서울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일명 ‘오제세법’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요양서비스노조는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장기요양기관의 비리를 보장하는 법과 다를 바 없다”며 “법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을 확인하고자 이해찬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오제세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입장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거나 다음달 5일까지 진행 될 예정인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오제세법이 폐기될 때까지 단식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비리보장법’으로 규정한 오제세법은 지난 7월 12일 오 의원이 대표 발의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일컫는다. 해당 법안은 앞서 5월부터 시행된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규칙(보건복지부령)’ 대상에서 민간을 제외하는 예외 규정을 담았다.

우리나라 전체 장기요양기관 중 국공립 장기요양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2%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백지화할 소지가 다분한 법안이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오 의원은 “엄격한 규제로 민간의 자유로운 영리 추구가 침해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민간장기요양기관총연합회(민요총)는 오제세법 발의를 환영했다. 이들은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사유재산 침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올해 신설된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규칙은 2008년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후 재가기관에 최초로 적용되는 재무·회계 규칙이다. 기관이 온라인 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재무·회계 내용을 정부에게 보고하고 지급받은 요양급여 중 일정 비율을 인건비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동안 사회복지사업법 상 재무·회계 규칙을 적용받아왔던 시설기관과 달리 재가기관은 재무·회계 규칙이 부재해 국민이 낸 세금, ‘장기요양보험료’로 운영되면서도 회계가 투명하지 않고, 기관장들의 횡령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 바 있다. 재가기관은 전체 장기요양기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올해 상반기 장기요양기관 320곳에 대해 현지 조사를 벌인 결과 열 곳 중 아홉 곳이 운영비를 부당하게 청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물리(작업)사, 요양보호사 등 4대 직접 인력 모두가 수가 상 인건비보다 적은 금액을 받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요양보호사는 수가 보다 30~40만 원 적은 월급을 받고 있어 가장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장기 요양기관에 이윤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도록 상법상 회계를 적용하는 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취지에 맞지 않다. 또 다른 사회복지시설에는 허용되지 않는 전출금 제도가 있으니 장기요양기관장들이 재무·회계 규칙을 준수하면서도 영리추구가 여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보건복지부가 운영비가 제 곳에 적절하게 쓰였는지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도 했다.

일각에선 “‘장(長)들의 횡령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제세법을 발의한 의원 11명 가운데 5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 자유한국당을 등에 업고 “정부의 관리·감독이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며 ‘유치원 3법’에 훼방을 놓고 있는 모습과 유사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오제세법 공동발의자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포함돼 있어 향후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유 장관은 최근 ‘유치원 3법’에 반대하며 집단 폐업을 예고한 한유총에 “사적 이익을 위해 학부모를 협박하고 있다”, “엄단 조취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