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 결정
원희룡 제주도지사,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 결정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8.12.05 20:30
  • 수정 2018.12.05 20: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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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으로 조건부 개설 허가
시민단체들, "제주도민 농락하는 결정"
ⓒ제주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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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가 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국제병원의 ‘조건부 개설 허가’를 했다고 밝혔다. 병원의 진료 대상과 과목을 각각 ‘외국인 의료관광객(내국인 금지)’과 ‘4개과(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로 제한해 개설을 허가한 것이다. 이로써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영리병원 개설이 허가됐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778억 원을 들여 지난해 8월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에 설립한 병원이다.

원 지사는 녹지국제병원의 조건부 개설 허가 결정에 지역 경제 문제 외에도 투자된 중국자본 손실에 따른 한·중 외교문제 비화, 국제자유도시로서의 행정 신뢰도 추락,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등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이 적용되지 않아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하며 외국의료기관 개원에 따른 일각의 우려를 해명하기도 했다. 또 “영리병원 도입으로 국내 의료 공공성이 약화되지 않도록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

그러나 원 지사의 결정이 전례가 없고 앞서 10월 4일 제주도민으로 꾸려진 공론조사위원회가 제주도에 병원 개설을 불허할 것을 권고한 내용과도 상반돼 향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시 공론조사위원회는 병원 개설 허가 반대에 뜻을 모으고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으로 활용하는 등 제반 행정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시민단체와 노동조합도 일제히 반발하는 모양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제주도청 앞에서 ‘원희룡 지사 규탄 대회’를 열고 영리병원 결정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보건의료노조도 “원 지사가 제주도민의 민주적 결정을 희롱했다”, “도민이 아닌 소수의 투자자들을 위한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내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니 도민들의 양해를 바란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원 지사는 올해 3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에 대한 그간의 소모적 논란을 끝내자"며 "도민들의 공론 형성 후 개원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