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법
노동조합이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법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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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를 택한 화섬식품노조

[리포트] 화섬식품노조 IT 활동가

올해 초 노동계를 비롯해 사회적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네이버 노동조합 설립이었다. 특히나 놀라운 점은 네이버가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식품노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IT업계인 네이버가 최초로 노동조합을 설립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상급단체로 연상하기 어려운 화섬식품노조를 선택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IT업계의 바람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네이버를 시작으로 게임업계인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지난 10월 24일에는 카카오에도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이들 모두 화섬식품노조의 한 지붕 가족이 됐다. 젊은 층이 많은 IT업계 조합원들과 노조는 어떻게 교류를 하고 있을까.

소통의 새로운 방법

평균 나이 30대 중반. IT업계 조합원들의 평균 연령이다. 반면, 기존에 화섬식품노조 조합원들은 평균 40대 중반의 나이 대이다. 10년의 나이차.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요즘 같이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는 5 년만 지나도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니, 10년 이라는 세월차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 화섬식품노조 활동가들도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고민의 시작은 네이버가 아니었다.

지난해 8월 17일, 파리바게뜨 제빵사들이 불법파견, 임금꺾기 문제를 제기하며 화섬식품노조에 가입했다. 당시 노조 설립을 하면서 임영국 사무처장은 “제빵사들이 대부분 2030세대인데, 어떻게 소통을 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기존의 신규조직을 만들었을 때는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고 끌어갔지만, 파리바게뜨부터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세워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임 사무처장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서로 배우려는 자세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을 겪으니 세대차이의 벽을 조금은 허물 수 있었다고 느꼈다.

파리바게뜨의 경험은 IT업계와의 소통에서도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나 네이버와 같은 IT업계는 그 동안 화섬식품노조가 한 번도 도전해본 적 없기에 모르는 것은 처음부터 하나하나 알아가야 했다. 흔히들, 네이버는 사무직이라고 하지만, 여타의 사무직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직원들은 자신들 스스로도 그냥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고 한다. 여러 직군들이 존재하지만, 그들 중 무언가를 개발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무직과는 달리 다양하게 이해될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움을 추구하지만
노동조합의 정신은 그대로

네이버에 노조가 설립되고 나서 기존의 노동조합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그 중 첫 번째는 별칭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식명칭은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이지만, 그들은 ‘공동성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임 사무처장은 “노동조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기존의 인식을 깨고 싶다고 많이 얘기했다”며 “노동조합이 그동안 잘 했든 못 했든 외부로 비춰졌던 모습들이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기존의 틀에 박혀 있는 모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나온 것이 별칭을 만드는 것이었다. 산별노조의 특성을 살리고 조직적인 측면에서 아우를 수 있다면 별칭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네이버지회가 만든 ‘공동성명’은 ‘함께 행동해 네이버를 깨끗하게 성장시킨다’라는 뜻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네이버 이후로 만들어진 IT업계 노동조합들도 별칭을 만들기 시작했다. 넥슨은 ‘스타팅 포인트’, 스마일게이트는 ‘SG길드’, 카카오는 ‘크루 유니온’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이름만 특이한 것이 아니다. 이들이 조합원을 가입시키는 방법 역시 특별하다. 이 새로운 방법의 시작도 파리바게뜨다. 전국 3,500여 개가 넘는 매장에 제빵사들은 거의 혼자 근무하기 때문에 집단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파리바게뜨지회는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 친구를 만들고 구글 가입서를 통해 조합원 가입을 받았다. 편리함과 젊은 층들에게 익숙한 가입방식으로 인해 많은 제빵사들이 가입 원서를 냈다. 하지만, 어디에나 정체기는 존재하는 법. 온라인의 가입은 유용한 점이 있었지만, 한계는 존재했다. 결국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대면해보고 그들의 의중과 감정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직접 활동을 하게 되면서 지회는 느낄 수 있었다.

IT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임 사무처장은 SNS를 통한 홍보를 활용하면서도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직접 오프라인 활동들도 강화해야 함을 말했을 때는 쉽게 공감대를 이루지 못 했지만, 직접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노동조합의 활동 방식도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임 사무처장은 “소통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한 번 더 새삼스럽게 중요하다고 느낀다”며 “기존 노동운동을 오래 해 왔던 사람들도 변화해야 할 지점이 많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면서 소중하게 해 왔던 것들이 관성화 돼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고민이 들게 된 것이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구호를 외치는 것도 꼭 같은 방식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기존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기 보다는 IT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의 개발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공동성명이 제작한 초록색 후드집업도 기존의 조끼가 아닌 새로운 접근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변화에 화섬식품노조 내에서도 강한 거부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러한 부분들이 노동조합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바꾸어 나가는 한 단계일수도 있다고 밝혔다. 물론, 다른 측면에서는 노동조합에 대해 잘 몰라서, 혹은 노동운동을 해 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는 기우라고 단언했다. 간부교육이나 노동교육을 진행할 때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모습에서 배치되는 모습은 느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통해 서로 부족한 점을 배워나가는 모습이 새로운 세대가 노동조합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와의 조화,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

처음 네이버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상급단체가 화섬식품노조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은 “왜 화섬식품노조를 선택했느냐”였다. 그러면서 IT업계를 아우를 수 있는 확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흘러 나왔다. 이에 대해 임 사무처장은 “IT업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대표적인 연맹이 그 동안 있었나를 생각해보면 확실하게 답을 할 수 없는 것 같다”며 “네이버 이후로 IT업계에서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만 4000여명이고 지금도 계속적으로 조직이 늘어나고 있고 확장성에 대한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네이버부터 카카오까지 올해 노동조합을 설립했기 때문에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회사와의 교섭을 진행하는 것이다. 지난 22일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진행한 토론회는 올해 설립한 노동조합들이 겪은 어려움을 말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노동조합에 대해서 생소하기는 노동자나 사용자나 마찬가지”라며 “사용자들이 노사관계에 대한 이해가 높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교섭에 들어갔을 때는 우리가 사측을 상대로 노동교육을 진행하는 수준”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임 사무처장은 “IT업계는 겉으로 보기에는 수평적 문화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속을 보면 수직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게 문제”라며 “네이버 같은 경우, 처음 노조가 설립됐을 당시에 외부에서는 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을까 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는데, 회사 스스로는 노조가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통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소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조직화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IT업계 같은 경우는 자회사나 계열사로 법인을 많이 분리시킨 특징이 있다. 공동성명은 처음부터 법인들을 포괄해 조합원 가입대상으로 받고 있다. 하나의 법인만을 조합원으로 받았다면 쉽지 않았을 테지만, 계열사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한 것은 좋은 출발이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네이버 자회사 중 하위 업체로 가다보면 노동자들이 자신도 노동조합 가입대상이 포함돼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이들은 ‘나도 네이버야?’라는 의식이 있을 정도로 차별 관리를 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근로조건이 많이 떨어지고 자기 회사에 대한 자긍심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를 노동조합이 얼마나 잘 어울려 내는지가 앞으로 주어진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소통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섬식품노조는 앞으로도 젊은 세대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들 역시도 기존의 조합원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표자 회의나 간부교육을 통해 몇 차례 만나 어울릴 기회가 있었다. 그 때마다 어색한 분위기 없이 잘 어울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지 일단 시작하고 나면 서로의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임 사무처장은 “표현방식이나 문화적 차이가 있을 뿐이지, 본질적으로 다른 것 아니다”라며 “대화를 하면 이해가 가고, 이해하다 보면 문화에 대해서도 서로 납득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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