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만 콕콕, 결의대회 영상 누가 만드나?
핵심만 콕콕, 결의대회 영상 누가 만드나?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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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노동 현안, 쉽고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리포트] 얼룩말 공작소

결의대회를 진행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시간이 있다. 바로 영상 시청. 영상은 무겁던 분위기를 풀어주기도 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조미료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 중 시선을 확 끄는 영상을 발견하기도 한다.

삼성의 역사를 고스톱으로 풀어낸 영상은 기존의 보아왔던 영상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각각의 화투패에는 삼성과 관련된 그림이 그려져 있고, ‘삼성’, ‘정부’, ‘국민’이 플레이어로 참여해 게임을 진행하는 영상이다. 노동가를 배경으로 투쟁 사업장들을 보여주던 영상과는 다른 이 영상을 누가 만든 것일까. 노동조합 영상을 제작하고 있는 ‘얼룩말 공작소’를 찾아 그들의 영상 제작기를 들어봤다.

얼룩말은 혼자 뛰지 않는다

‘얼룩말 공작소’ 제작자들을 만나기 위해 잠실 한강공원을 찾았다. 이들의 영상 제작소는 지난 3월 서울시가 청년 제작자들을 위해 마련한 ‘사각사각 플레이스’ 중 한 컨테이너다. 2010년 말 대학동기들이 만든 프로젝트 팀으로 시작해 영상창작집단이라는 정체성을 가지면서 지금의 ‘얼룩말 공작소’로 성장하게 됐다. 공작소에는 촬영과 편집을 담당하는 최경윤 대표, 구성과 기획을 담당하는 송준호 마케팅 팀장, 초안 작성과 촬영과 편집을 보조하는 구은비 제작팀장이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이들은 웹드라마나 단편 영화, 광고 영상이나 SNS 홍보영상 등 다양한 영상물을 촬영·편집하고 있다. 노동조합 영상 제작도 그 중 하나인 것. 영상 의뢰를 받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영상을 제작 활동을 알게 된 지인의 소개를 통해 노동조합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노동조합 영상 제작은 다른 제품 광고와 차이가 있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정보전달 위주라는 점, 어떤 이슈를 이해시킨다거나 투쟁 현안을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이다.

영상을 쉽고 재미있게 제작하기 위해서는 사전공부가 필수로 이루어져야 한다. 흐름이나 내용을 알지 못하면 의도한 영상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영상 제작에 들어가기 전 담당자와 만나 이슈가 무엇인지, 어떤 투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듣는다. 관련 자료를 받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간담회나 토론회에 참석해 공부한다.

영상을 제작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을까? 담당자들과 자주 만나는 송준호 팀장은 용어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각 단체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약칭 사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처음에는 영상을 제작한 후에 수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영상을 촬영하는 최경윤 대표는 어떤 내용을 영상에 포함해야 하느냐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중요했던 내용이 노동조합 측과 달라 수정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훈련이 되다 보니 어느 것이 중요한 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편집을 진행하는 구은비 팀장은 영상에 삽입되는 내레이션 작업을 할 때 너무 길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면 영상에 맞춰 편집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삼성의 역사를 고스톱과 연관 짓거나,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을 부루마블로 표현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공작소에서 영상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노동조합 영상들은 설명하는 내용이 많다 보니 다른 관점에서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기 위해 주변에 익숙한 것들을 배치하고자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에서 언급했던 고스톱이나 부루마블 역시도 많은 사람들이 아는 내용이기 때문에,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보고 싶어서 차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얼룩말 공작소가 만든 영상 갈무리.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더 좋은 영상 만들 수 있다

얼룩말 공작소는 1년 전부터 민주노총과 함께 영상 제작을 해 오고 있다. 영상을 직접 만들었지만, 그에 대한 반응도 궁금할 것이다. 실제로 영상이 어떻게 상영되는 지 확인하고자 현장에도 몇 번 찾아간 적이 있다. 처음에는 빛 때문에 밝은 부분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거나 소리가 현장에서 제대로 들리지 않는 점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막상 현장에서 보면 기술적인 부분에서 문제는 크게 없었다고 한다. 현장 반응도 필수적으로 확인하는 사안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타이밍부터 시작해 의도한 부분에서 반응이 나오는 지를 살핀다. 현장 반응뿐 아니라 SNS에도 영상을 올리기 때문에 온라인 상 조회수와 공유수가 얼마인지, 댓글 반응이 어떤 지도 꼼꼼히 살펴본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반응을 살피고 싶어도 사전에 영상이 나오는 지 언지를 받지 못해 직접 가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노동조합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영상은 무엇이었을까. 노조가 뽑은 BEST 영상은 노동 3권을 캐릭터화한 ‘단결이’, ‘교섭이’, ‘행동이’가 나와 칠판에서 설명하는 ‘노동 3권이란’이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나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줘 조합원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직접 영상을 제작한 얼룩말 공작소의 BEST 영상은 무엇일까. 송준호 팀장도 ‘노동 3권’ 영상이 좋았다고 꼽았다. 처음 기획했던 그대로 틀어지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영상이 만들어진 점에서는 내적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최경윤 대표와 구은비 팀장은 ‘삼성 고스톱’을 BEST 영상으로 뽑았다. 영상미가 예쁘게 나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그 속에 어려움도 존재했다. ‘뻑’이나 ‘쪽’과 같은 고스톱의 규칙과 삼성의 역사를 연결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이 힘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고스톱 규칙을 잘 알지 못 했던 최 대표와 구 팀장에게 규칙을 설명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송 팀장은 덧붙였다.

반면, 아쉬움이 남았던 영상은 무엇일까. 3명은 공통적으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라고 꼽았다. 우선, 영상을 제작하는 본인들도 이해하기 어려워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럭을 ‘의인화’시켜 국민연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었는데, 설명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이해를 어렵게 만든 점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초반의 기획의도와 실제 촬영이 맞지 않아서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내부의 생각과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외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국민연금 영상을 재밌게 보고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도구에 비유해 영상을 만들어달라는 것.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공무원 연가투쟁’. 사무용품을 ‘의인화’해서 대화하는 내용이다. 공작소는 국민연금 영상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물이 대화하는 걸 시작으로 공무원이니 만큼 사무용품을 의인화해 ‘토이스토리’처럼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불이 꺼지고 밤이 되면 살아나는 컨셉을 잡았다. 그 결과, 성공적인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직접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다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날 때도 있었다고 한다. 구은비 팀장은 삼성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가 너무 더운 날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어서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분은 영상 첫 장면에 등장하는 에어컨 수리기사였다고 말했다. 수리기사와 함께 수리장소를 따라가고, 특히나 에어컨을 수리하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 땀 흘리는 모습을 담으면서 짠한 마음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환자 이송을 담당했던 분이 기억에 남았다고 꼽았다. 빨리 환자들을 이송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일해야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환자들을 부딪치다 보니 갑질이나 언어 폭력을 심하게 당해야 함을 말하다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인터뷰 후 가끔씩 가는 병원에서 그 분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나서 이들이 가까이서 사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얼룩말 공작소가 만든 영상 갈무리.

 

노조 영상 같지 않은 신선한 영상 만들고 싶어요

노동조합 영상을 만드는 곳은 얼룩말 공작소뿐이 아니다. ‘노동자뉴스제작단’ 이름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들도 노동조합과 관련된 다양한 영상들을 제작하고 있다. 송 팀장은 “영상을 만들면서 느낀 건 15~20분 영상을 만드는 것도 진짜 많은 노력이 들어가고 내공이 있어야 가능하다”라며 “이슈를 계속 팔로우하고 있어야 하고 지식이 많아야 만들 수 있다”고 각각의 영상 스타일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노동조합과 함께 영상을 만들게 될 그들이 꿈꾸는 영상은 무엇일까. 최 대표는 “노동조합에서 만든 것 같지 않은 영상을 만들고 싶다”며 “대중들이 영상을 보고 ‘이게 노조에서 만든거였어?’라는 생각이 드는 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밝혔다. 구 팀장은 공작소의 주관으로 주도하는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담당자와 의견을 교환하다보면 방향이 차이가 나는 점이 아쉽다며 모든 걸 맡겨준다면 더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송 팀장은 노동조합의 이미지를 바꾸는 광고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최근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굳이 영상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홍보나 전략 등의 기회가 있다면 시도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결의대회 장소에서 만나게 될 얼룩말 공작소의 영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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