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서 서울까지 350여 km를 오가는 그들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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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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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대표를 둘러싼 지회의 싸움

[리포트]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2014년 11월 26일 삼성테크윈이 매각되면서 한화테크윈으로 이름을 바꿨다. 매각이 된 지 4년이 지났지만,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는 이름을 바꾸지 않고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부터 여의도에 위치한 63빌딩 앞에서 사측과 교섭을 촉구하며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화테크윈에는 금속노조 소속의 삼성테크윈지회와 기업별노동조합인 한화테크윈노동조합(이하 기업노조)이 있다. 매각 이후 초기에는 압도적인 조합원 수로 기업노조가 교섭대표 지위를 얻었으나, 조합원 수가 역전돼 삼성테크윈지회가 교섭대표 지위를 얻었다. 하지만, 지회의 교섭대표지위는 지난 18일로 종료됐다. 지회는 다시 한 번 교섭대표 지위를 가지고 싸움을 앞두고 있다.

ⓒ 금속노조

 

한화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이름은 삼성

한화는 삼성테크윈을 매각 후 2017년 4월 27일 사업부 별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4개사로 분할했다. 자주포나 지상에서 사용하는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한화지상방산, 항공기용 엔진이나 기타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반도체 장비나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정밀기계, 압축기, 가스터빈을 생산하는 한화파워시스템으로 나뉘었다. 기존의 한화테크윈 이름은 시큐리티 사업부로 별도 분리했다. 언뜻 듣기만 해도 복잡한데, 외부에서는 이름으로 인해 오는 혼란이 많다고 한다. 지회는 회사를 분할하고 이름을 바꿔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없다고 전했다. 오히려 분할을 통해 노조의 힘을 빼려고 하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화로 이름을 바꾼 지 4년이 넘었음에도 삼성테크윈지회가 이름을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지회는 회사가 여전히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섭대표 노조를 얻은 뒤 17년, 18년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측의 미지근한 태도로 인해 교섭이 진행되고 있지 않는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부터 회사와 교섭을 시작했지만, 차수만 쌓일 뿐이라고 한탄했다. 매각 초반 조합원 수가 적었던 지회가 2년이 지나 교섭대표 지위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병준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장. ⓒ 금속노조

 

단협의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지회의 동력으로

한화테크윈에는 2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한다. 기업별 노동조합인 한화테크윈노동조합(이하 기업조노)은 판교에서 R&D나 사무·간접 중심의 한화시스템과 정밀기계가 다수를 차지한다. 반면, 금속노조 소속의 삼성테크윈지회는 창원에서 근무하는 현장직 중심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지상방산이 다수를 차지한다. 매각 초반인 15년과 16년에는 기업노조의 조합원 수가 1800명에 달했다. 지회보다 많은 조합원 수를 확보했기에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교섭대표 기간이 만료되는 2017년 조합원 수가 역전됐다. 현재 지회의 조합원 수는 현재 850여 명, 기업노조의 조합원 수는 500여 명이다. 지회는 조합원 수가 역전된 이유에 대해 기업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조합원들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금은 차치하더라도 단협에 있어서 노조가 없었던 삼성테크윈 시절의 사내규칙 수준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을 상회하는 수준의 단협 내용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관련 법을 따른다’거나 ‘~에 준한다’라는 식의 법 조항을 따라 집어넣거나 ‘~할 수도 있다’나 ‘협의한다’라는 식의 애매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지회는 “‘합의한다’라는 말은 일종의 구속력을 가지고 있어 회사와 조율하고 심의를 할 수 있는데, ‘협의한다’는 말은 회의를 개최하고 통보만 해도 해결되기 때문에 조항이 실제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회사와 또 한 번 싸움을 해야 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런 기업노조의 실망스러운 단협 결과는 조합원들의 탈퇴로 이어졌다. 그 중 일부는 지회로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회에 가입한 것을 당당한 밝힐 수도 없었다. 사측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주었기 때문에 가입은 하더라도 조합원이라는 것을 오픈하지 않고 숨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원이 된 사람들 중 체크오프(조합비를 사용자가 대신 징수하고 조합에 일괄하여 인도하는 것)를 신청하지 않고 숨기는 경우가 아직까지도 있다고 밝혔다.

지회가 밝힌 사측의 불이익은 인사고과제도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시절 있었던 성과평가제도는 한화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이전에 성과제도는 있다고 하더라도 최하위고과를 거의 받은 적 없는 형식적인 제도로 존재했다. 하지만, 지회는 한화가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변경했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고과제도인 A-B-C-D-F에서 그 형태를 바꿔 EX(A)-VG(B)-GD(C)-NI(D)-UN(F)로 변화했다. 지회 확대간부들은 최하위 고과인 NI나 UN 평가를 받는 경우가 생겼다. 하위 고과를 받게 되면 연봉이 동결되거나 10% 정도 삭감되게 된다. 실제로 권오택 사무장은 인사고과로 피해를 받아 입사 8년차임에도 불구하고 신입사원보다 낮은 연봉을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회사는 왜 금속노조를 불편해 하는 것일까. 혹시 교섭을 할 때 요구하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운 것은 아니었을까. 지회는 무리한 요구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회는 교섭테이블에 먼저 노사공동위원회를 제안했다. 또한, 기존의 단협의 내용은 노조의 활동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판단해, 노조의 활동 보장을 요구했다. 이어서, 인사고과제도 폐지도 포함됐다. 고과제도로 인한 부작용이 심하고, 평가를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 양쪽의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줄 세우는 문화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회사는 과도한 걸 요구하고 있다며 노사공동위원회부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첫 번째 요구부터 회사와 대화가 되지 않으니 자연히 다른 요구들도 교섭이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회는 지난 8월부터 창원에서 여의도에 위치한 63빌딩 앞으로 찾아가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교섭에 정상적으로 응하지 않고 시간 떼우기로 일관하고 있는 회사에 교섭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지회가 교섭대표 지위를 얻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기업노조는 2015년 12월 15일 회사와 3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임금협상을 체결했다. 그 후, 단체협약은 1년 여가 지난 2016년 12월 15일에 체결했다. 조합원 수가 역전된 상황에서 지회는 교섭대표 지위를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기업노조는 단체협상이 체결된 시점부터 2년의 시간이 교섭대표 기간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지회는 교섭대표지위 소송을 냈고, 지난 2017년 10월 13일 대법원에서 지회의 손을 들어줬다. 교섭대표 지위를 얻게 됐지만, 확정 판결을 받을 때까지 시간을 많이 소모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회사와의 임금협상을 끌고 온 부분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회의 교섭대표 기간은 지난 11월 18일부로 끝이 났다. 문제는 회사와 교섭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는 교섭대표 유지 기간이 끝났다는 점을 이유로 교섭을 종료했다며 별도로 제시하는 일정이 아니면 교섭은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지회는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노조는 회사와 교섭요구를 신청했다. 지회는 개별교섭으로 가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회사가 개별교섭을 진행할 경우 한 쪽과 답협을 체결하고 다른 한 쪽은 무단협 상태로 진행하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단협 상태를 만들려는 것은 단연 지회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해석이다.

ⓒ 금속노조

 

고용불안, 한화와의 또 다른 싸움

금속노조에 대한 회사의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가입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고용불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매각 이후 5년의 고용보장을 약속했다. 오는 2020년 6월 30일로 고용보장 약속은 끝이 난다. 앞으로 1년 6개월여의 시간이 남아있다. 권오택 사무장은 “고용보장 기간이 끝나면 구조조정을 해 왔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조합원뿐만 아니라 고용에 대한 불안은 모든 사원들이 느끼고 있다”며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적인 힘이 필요하다. 실제로 구조조정 상황이 닥치게 되면 노조 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단협을 체결해 노조의 활동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무·간접 부서에서 없어지거나 통폐합돼 잉여 인력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구조조정 상황에 벌어지면 가장 먼저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산업체로서 노동조합 활동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있다. 헌법 33조3항에 따르면 ‘법률이 정하는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회사와 교섭이 틀어진다 하더라도 노조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심동섭 노동안전부장은 “기존의 노조가 없이 지내오다가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과거에 아무렇지도 않게 당해 온 것들이 사실은 당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바꿔야 된다고 깨달았다”며 “우리 다음 세대나 후배들이 들어와서는 이전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방산업체에서 노동조합을 하면서 가장 먼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으로는 “완전한 노동3권 보장”이라고 말했다. “노조 활동을 하면서 누려볼 수 있는 것들을 누려보고 싶다”며 “쟁의권 같은 경우는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최후의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의 교섭대표와 관련해서는 개별 교섭 결정은 회사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회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또 다른 투쟁을 준비할 생각이라며 멈출 생각 없이 교섭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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