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노동자 바로알기, 분단으로 왜곡된 시선을 잇는다
北노동자 바로알기, 분단으로 왜곡된 시선을 잇는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12.14 11:04
  • 수정 2018.12.14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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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만이 아닌, 지역·산별의 통일사업도 활발해져야”

[인터뷰] 이성경 한국노총 통일위원장

정권 교체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을 꼽자면 남북관계를 들 수 있겠다. 한국노총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 중 통일사업 역시 최근 몇 년과 다르게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 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성경 사무총장은 이처럼 변화된 환경 속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노동단체의 통일사업은 현재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노총의 다양한 분야 사업이 마찬가지겠지만, 통일사업 역시 정권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을 거 같습니다. 과거와 비교해 문재인 정권 이후 변화점이 있다면 크게 어떤 점을 꼽을 수 있을까요?

통일 분야의 변화는 그 어느 분야보다 매우 근본적이고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 그리고 문재인 정권의 출범에 따른 정부 대북정책의 변화에 의한 것인 듯 합니다.

그 중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를 넘어 북미관계를 정상화시키는데 매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극심한 전쟁 위기 국면을 거치며, 현 정부는 ‘평화’와 ‘번영’을 핵심 키워드로 대북정책을 마련했다고 보입니다. 과거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계승한 현 정부다보니, 2000년 발표된 6.15공동선언과 2007년 발표된 10.4공동선언에 대한 존중을 그 출발선으로 하고 있는 것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에 반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과거 남북 당국 간 합의보다 미국의 대북고립정책에 제대로 대응을 못했습니다. 물론 재임 기간 ‘통일대박’을 이야기 했지만, 과거 남북 당국 간 합의를 무시한 것은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않겠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또한 핵·미사일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2010년대 초중반, 북미 간 갈등의 조율자가 아니라 미국의 대북정책에 편승한 정책 역시 남북관계를 더욱 긴장 국면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기조는 구호만의 ‘통일’에 가깝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현 정권과의 근본적 차이라고 보입니다.

올해 남북통일노동자축구대회라든지, 상봉행사 등 통일, 교류사업은 활발해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과거부터 노총이 추진해온 통일사업의 역사를 살펴볼 때 지금 시점에서 노동단체의 통일, 남북교류사업의 의미를 재확인하자면 무엇일까요?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 두 정상은 ‘중단 없는 이행’을 몇 번이나 강조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 지속적으로 이행되지 못한 채, 중단되었던 과거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일 것입니다. 물론 북미관계 등 여러 국제적 환경도 영향을 끼쳤지만,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남측 정부의 형식적 통일정책 및 소위 ‘남남갈등’으로 표현되는 분열 상황 역시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 시기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중단 없는 이행을 위한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중단 없는 이행을 위해 남북의 정상은 벌써 3차례의 회담을 개최했습니다. 우리는 남북 두 정상의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새롭게 열린 평화번영의 시대를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상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남북 노동자의 연대교류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노동자가 앞장서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의 포문을 열어내야 합니다. 발전하는 정세에서는 그것을 더욱 확장시키는 역할로, 후퇴하는 정세에서는 그것을 저지하는 역할로, 남북 노동자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자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대중들과 조합원들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이나 기획, 홍보 등은 어떤 모습이어야 합니까?

지금 노총 통일사업의 목적은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우리 노동자가 앞장서서 이행하자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노총은 남북 산별 및 지역별 연대교류사업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남북노동자 3단체 사업은 사실상 3단체의 중앙이 주체가 되어 추진, 산별과 지역은 중앙의 사업에 결합하거나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물론 남북노동자 3단체 중앙의 사업은 많은 성과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판문점선언 시대에 걸 맞는 노동자 통일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야할 의무가 있으며, 이는 산별과 지역이 주체가 되어 직접 남북 연대교류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될 때 노총 중앙만이 아닌 산별과 지역본부 그리고 그 산하 조직들까지 주체적으로 통일사업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와 함께 ‘이북바로알기’ 사업을 다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가 눈으로 확인한 북은, 우리 관념 속의 또는 우리 사고 속의 사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비단 경제적 발전을 넘어, 북의 체제와 사회, 그리고 그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사실 우리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분단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왜곡된 정보에 우리는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북의 노동법을 비롯한 우리 노동자들이 관심 있어 하고, 재미있어 하는 영역부터 바로알기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