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장기요양기관, ‘착복’해야만 돈 벌 수 있나
민간 장기요양기관, ‘착복’해야만 돈 벌 수 있나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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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서비스’VS 민간 자본 투입한 ‘사유재산’

[리포트] 민간 장기요양 기관 문제

장기요양기관은 국민이 낸 세금, ‘장기요양보험료’로 운영된다. 기관이 장기 요양대상자로 인정받은 어르신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비용을 청구하는 식이다. 운영비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 그리고 ‘노인 돌봄’이라는 서비스 특성상 ‘공공성’이 크게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기요양기관은 ‘민간’에 내맡겨져 운영돼왔다. 전체 장기요양기관 중 국공립 장기요양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1%일 정도다(2017년 기준). 이는 우리 정부가 「노인 장기요양보험」 시행 당시부터 민간의 손을 빌려 기관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운영 주체가 민간에 기울어져 있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그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데 있다. ‘더불어’ 민간은 그 느슨한 규제를 틈타 영리추구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혼자서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해 장기요양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험제도다. 그동안 가족에게만 지워진 노인부양의 짐을 사회가 나눠 품앗이하겠다는 취지에서 2008년 7월 시행됐다.

장기요양기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정말이지 영양가가 하나도 없는 개차반이거든요. 어르신들의 식단을 보면 기관장들이 요양기관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삼는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어요” 지난달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7년 차 요양보호사 김미숙 씨(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가 이렇게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민간 장기요양기관들은 지난 10년 동안 제대로 된 회계·감사를 받지 않았다. 또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재가 장기요양기관은 재무·회계 규칙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관장들은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해 요양보호사들에게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기본, 급식비를 횡령하거나 사망한 노인을 명단에서 빼지 않고 운영비를 받는 등 부정 수급을 저질러왔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재무·회계 규칙은 이름처럼 재무·회계 관련 업무를 볼 때 준수해야 하는 규칙을 말한다.

절반 이상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규칙 없는 사각지대에

노인 장기요양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급여 종류에 따라 시설급여 기관과 재가급여기관으로 나눌 수 있다. 시설급여는 노인요양시설에 장기간 입소시켜 신체활동 지원 및 기능회복훈련 등을 제공하는 급여이며, 재가급여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복용구 구입 및 대여가 포함된다.

그런데 기관마다 다른 법이 적용된다. 시설급여기관은 「노인복지법」 상 노인의료복지시설다. 운영을 위해선 시·군·구청장 등에게 설치신고를 하고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받아야 한다. 이후에는 「사회복지사업법」 상 사회복지시설로 간주해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 규칙(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 규칙)」을 적용받는다.

반면 재가급여기관의 경우엔 상황이 조금 어색해진다. 재가급여기관이 「노인복지법」 상 재가노인복지시설로 인정받기 위해선 시설급여기관과 마찬가지로 요건을 갖춰 시·군·구청장 등에게 설치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선 설치신고만 하면 「노인복지법」 상 재가노인복지시설로 인정받지 않더라도 장기요양기관으로서의 적법성이 인정된다. 이에 따라 전자는 사회복지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간주돼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 규칙을 적용받지만 후자는 적용받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상 재가급여 기관은 별도의 재무·회계 규칙이 존재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장기요양기관(17,936개소) 중 재무·회계 규칙을 적용받지 않았던 재가 장기요양기관이 절반 이상(62.6%·11, 233개소)인 것으로 나타났다(2016년 기준).

장기요양기관의 유형별 재무·회계 규칙 적용 도식(자료=보건복지부)
장기요양기관의 유형별 재무·회계 규칙 적용 도식 (자료=보건복지부)

장기요양기관 열 곳 중 아홉 곳이 부당 청구
요양보호사들, 수가 보다
월급 30~40만원씩 적게 받아

운영비 사용에 대한 정부의 감시망이 허술해서일까?

실제로 장기요양기관들의 부당 청구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올 상반기 전체 장기요양기관(18,276개소) 중 320곳에 현지 조사를 벌인 결과, 장기요양기관 열 곳 중 아홉 곳이 운영비를 부당하게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320곳 중 94.4%(302곳)가 부당 청구 기관이었으며 부당 청구 금액은 63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민간 장기요양기관은 259곳. 마찬가지로 94% 이상(244곳)이 비용을 부당 청구하고 있었다.

이는 전체 장기요양기관의 1.8%를 대상으로 한 결과다. 조사 대상을 더 확대한다면 부당 청구 기관 수와 그 금액이 늘어날 것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문제는 부당청구만이 아니었다. 건강보험공단이 기관 종사자들의 임금을 위해 제공한 수가도 제 곳에 쓰이지 못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3월부터 한 달간 전국 768개소(시설 464개소, 재가 304개소)에서 일하는 종사자 12,737명(요양보호사 8,709명)을 대상으로 벌인 인건비 현장 점검 실태조사를 보면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물리(작업)사, 요양보호사 등 4대 직접 인력 모두가 수가 상 인건비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요양보호사가 수가 보다 인건비를 12.2% 적게 받아 가장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반면 시설장은 수가보다 31.3% 임금을 많이 챙겼다. 요양보호사들의 평균 월급은 160만 원이었는데 이는 수가 보다 30~40만 원 적은 금액이다.

연도별 현지 조사 현황 (자료 = 보건복지부)
연도별 현지 조사 현황 (자료 = 보건복지부)

줄줄이 센 세금들...어디로?

한편, 이렇게 줄줄이 센 세금들은 기관 대표들의 쌈짓돈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남양주시 A 요양기관 대표 B 씨는 시설 운영비 2억 9,000여만 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몽땅 이체해 카드 이용 대금 등으로 사용했다. 또 성남시 C 요양시설 대표 D 씨는 벤츠를 빌린 뒤 보증금은 물론 사용료와 보험료, 유류비까지 모두1억 3천 만 원을 시설 운영비에서 충당했다. 또 나이트클럽 유흥비, 골프장 이용료, 개인여행비 등 1,800여만 원도 시설 운영비에서 불법적으로 사용했다(2017년 8월 경기도의 장기요양시설 216개소 회계·감사 결과).

※ 보조(운전사)원의 경우, 수가 상 인건비는 8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책정되었으나, 실제로는 127시간 근무하고 있어 시간당 인건비(11,165원)는 수가상 인건비(12,900원)보다 낮음 (자료=보건복지부)
※ 보조(운전사)원의 경우, 수가 상 인건비는 8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책정되었으나, 실제로는 127시간 근무하고 있어 시간당 인건비(11,165원)는 수가상 인건비(12,900원)보다 낮음 (자료=보건복지부)

재무·회계 규칙에
기관장들 “사유재산 침해” 반발

자연히 장기요양기관의 회계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고 그에 따라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정 10년 만인 올 5월 30일, 그동안 「사회복지사업법」 상 재무·회계 규칙을 적용받지 않았던 재가급여기관을 대상으로 별도의 재무·회계 규칙(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규칙」)이 신설됐다. 이는 지난해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의 후속조치다.

이에 따라 재가 장기요양기관들은 앞으로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재무·회계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장기 요양급여 중 일부를 정해진 비율에 따라 직원의 인건비로 편성해야 ‘만’한다. 또 현금출납부 및 총계정원장 등 회계장부를 두고 기한 내에 정보시스템을 통해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기관장들은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규칙」 시행에 “대국민 사기극”,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민간 장기요양기관들의 모임인 ‘대체입법추진본부’는 지난 9월 ‘민간 장기요양기관 현안 설명 자료’를 통해 “노인 요양 장기요양보험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던 2008년까지만 해도 요양보호사의 임금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민간 장기 요양기관이 시설 실치 비용을 수 십 억 원 투자해 대거 진입하고 나니 정부가 영리사업이었던 것을 비영리사업으로 강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광역시에서 장기요양기관을 8년 간 운영하고 있는 대표 E 씨도 “나라가 기관을 지을 때 단돈 500원 이라도 지원을 해줬냐”며 “영리가 아니면 뭐하러 민간이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지난달 14일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오 의원은 앞서 7월 규모가 영세하거나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민간 재가 장기요양기관(’운영비‘는 ’정부 보조금‘이 아님)’은 재무회계 규칙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한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그에 따르면 민간 재가 장기요양기관들은 전년도 사업결산서만 매년 시·군·구청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그 외에 정보시스템을 통한 예·결산서 제출 및 회계 장부 제출 의무는 면제 된다. 게다가 정해진 예산 과목에 따라 세입·세출 처리를 수행할 의무가 없어 보다 자유로운 영리 추구가 가능해진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 F씨는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장기 요양기관에 이윤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도록 상법상 회계를 적용하는 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 또 다른 사회복지시설에는 허용되지 않는 전출금 제도가 있으니 장기요양기관장들이 재무·회계 규칙을 준수하면서도 영리추구가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오제세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는 보건복지부가 운영비가 제 곳에 적절하게 쓰였는지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오제세 의원 비서실은 해당 법안이 요양보호사들의 처우 개선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중립적인 법안’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0월 22일, 김미숙 위원장은 서울 정부 종합청사 앞에서 머리를 밀었다. “우리는 그저 노인 똥 치우는 사람이 아니다!” “요양보호사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 삭발식 뒤 김 위원장과 함께 자리했던 요양보호사들은 줄줄이 눈물을 터뜨렸다.

<비영리 재무회계규칙 대체입법안 국회통과 추진전략과 방향> 유튜브 영상 마지막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여러분 인건비 적정 비율 때문에 고민이 많으시죠?” 장기 요양 기관들은 착복해야만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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