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전환 공약 내걸고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위원장 당선
금속노조 전환 공약 내걸고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위원장 당선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12.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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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우리를 뽑았다는 건 터트려 달라는 것”

[인터뷰] 박종규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위원장

지난달 5일, 르노삼성자동차 기업별노조인 르노삼성자동차노조의 위원장 선거가 있었다. 선거 결과, 박종규 후보가 51.5%의 득표율로 당선돼 2018년 12월 1일부터 르노삼성자동차노조의 수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박종규 신임 위원장은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르노삼성자동차 기업별노조가 만들어지기 1년 전인 2011년 8월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 설립을 주도했으며, 초대 지회장을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박종규 신임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금속노조로의 조직전환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장에서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위원장이 되기까지.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달 24일 박종규 신임 위원장을 만났다. 이날 인터뷰는 뜻밖의 손님인 정종훈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장도 함께 했다.

정종훈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장(왼쪽)과 박종규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위원장(오른쪽)

 

복수노조 사업장인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는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현재 기업별노조인 르노삼성자동차노조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가 존재한다. 각각 조합원 수는 어떻게 되는가?

정종훈(이하 정) 르노삼성자동차노조가 2,270명,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가 39명이다. 교섭권은 다수노조인 르노삼성자동차노조가 가지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안에서 복수노조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가?

박종규(이하 박) 2011년 8월 21일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가 설립됐고, 내가 초대 지회장을 지냈다. 지회 설립을 알리는 선전물도 만들고 여러 활동을 했지만 조직화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관리자가 면담을 실시하니 노동자들이 지회 가입으로 불이익을 받을까봐 두려워한 것이 컸다.

그렇게 조직화가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2012년 8월 13일 회사가 구조조정을 발표했고, 90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을 선택해 회사를 떠났다. 구조조정 당시 지회 조합원이 150명 정도였는데, 쟁의권을 확보 후 구조조정에 맞서 파업을 진행했지만 인원이 적어 사실상 회사에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회에서 파업을 하니까 그해 9월 말에 기존 노사협의회 체제에 있던 인물들 중심으로 기업별노조가 만들어졌다. 이후 지회가 소수노조가 되어 교섭권을 잃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르노삼성자동차노조가 회사와 교섭을 해왔다.

금속노조 지회장을 지냈던 인물이 기업별노조 위원장에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2012년 희망퇴직으로 인원이 900명 정도가 빠져나간 이후 노동 강도는 상승하고, 기업별노조가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졌다. 여기에 이미 격차가 큰 조합원 수도 좁히기 어려운데다가 교섭권까지 잃은 상황이었다.

이대로는 조직화가 안 된다는 것이 명확했고, 지회 안에서도 많은 고민과 논의가 있었다. 안에서 금속노조 지회로 계속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지회 조합원 전부가 르노삼성자동차노조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의견이 충돌하다가 결과적으로 2016년 4월 박종규 위원장을 포함한 지회 조합원 170여 명이 르노삼성자동차노조로 들어갔다.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안에 들어가서 바꾸는 게 더 빠르다는 판단을 한 것. 동시에 남은 지회 조합원 40여 명이 지회 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51.5% 득표율, 1차 투표에서 바로 당선

이번 선거는 3파전이었다. 금속노조 전환이라는 핵심 공약으로 1차 투표에서 51.5%로 당선된 것. 당선을 예상했었나?

투표율 51.5%에서 더 나올 수 있었는데 나 때문에 적게 나왔다고 하더라(웃음). 출마를 준비하면서 현장 진단을 했었다.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안에서는 지회 출신 조합원들이 활동을 했고, 밖에서는 지회 조합원들이 선전물을 뿌리는 등 활동을 이어갔다. 정확한 분석은 아니었지만 60%까지는 표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실제로는 51.5%가 나왔는데, 내가 연설을 못해서 예상보다 덜 나온 것 같다(웃음).

조합원들이 위원장은 선택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조합원들이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본다. 지회 출신 조합원들과 지회가 뿌리는 선전물이나 소식지를 보면서 조합원들 의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실제 소식지에서 회사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해서 맞춘 일도 있었고, 결국 앞으로 금속노조로 가야 지금 르노삼성자동차의 고용이나 노동 강도, 임금조건 등이 나아질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우리를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회 설립 이후 지금까지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일관성 있게 주장해온 것들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이번 투표 결과에서 드러난 것 같다.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기업별노조 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들은 많은데 기존 무노조 경영방침이나 삼성의 노사문화 때문에 금속노조 가입을 선택하지 못한 것도 있더라. 지회는 그런 조합원들에게 금속노조로 가야하지 않겠냐는 동의를 꾸준히 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현장이 우리를 뽑았다는 건 터져 달라는 것 아니겠나. 조합원들이 지금까지 겪어온 것들, 속 안에 있는 것들을 터트려 달라는 것이 당선의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교섭 통해 금속노조 전환 가능성 높일 것”

12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공약으로 내건 금속노조 전환도 있지만, 회사와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 지어야 할 텐데.

임기 시작하는 12월 1일에 바로 공문 보내고 교섭에 들어갈 계획이다. 금속노조로 전환한다고 밝혔으니 회사가 이미 우리 생각을 알고 있지 않나. 아마 회사는 금속노조 전환을 하면 지금보다 더 많이 뺏길 것이라고 생각할 테니 교섭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꼭 올해 안에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금속노조 전환은 교섭을 통해서 조합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 때 받은 51.5%로 무턱대고 금속노조 전환을 할 수 없지 않나. 못해도 70%까지는 현장의 동의를 올려놔야 금속노조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이번 임기에는 조합원들의 의식을 높여서 조합원들에게 진짜 필요한 요구를 관철시키고, 직장생활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고용과 건강 등을 지켜줄 수 있는 노동조합이 어떤 노동조합인지 조합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교섭을 통해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금속노조에게 바라는 점은?

르노삼성자동차 안에서 노조 역사는 길지 않다. 지회로 치면 7년 조금 넘었고, 기업별노조로는 6년 조금 넘은 정도다. 실제 조합원들이 의식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하는 판단이 다 옳다고 할 수 없다. 금속노조를 통해 조합원 교육이나, 사회전반의 정세 등 정보를 얻고 싶다. 사실 우리가 회사만 쳐다보고 있으면 무슨 답이 있겠나. 뭘 알아야 싸울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 연대와 관련된 부분들. 이런 부분들이 금속노조로 전환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회사는 이런 부분들을 싫어하는 거고, 그래서 금속노조를 싫어하는 것. 회사가 싫어하는 건 계속하려고 한다.

여기에 좀 더 보태자면 르노삼성자동차 협력업체 중에는 노조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협력업체 노조들과 연대를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도 영향이 있을 테니 하루빨리 금속노조 전환을 이끌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