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의 아메리카노] 하늘 위, 간절한 외침
[강은영의 아메리카노] 하늘 위, 간절한 외침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12.17 15:53
  • 수정 2018.12.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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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의 아메리카노] 달콤하지만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 잔

강은영 기자eykang@laborplus.co.kr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요즘 아침에 일어나는 게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몸을 일으키기 보다는 이불을 꽁꽁 동여매고 따뜻함을 조금 더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두꺼운 점퍼부터 시작해 목도리까지 완전무장을 해야 추운 날씨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추우니 곧 다가올 한 겨울은 얼마나 매서울지 쉬이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앞으로 더 단단한 옷차림으로 '중무장'을 해야겠죠.

현장에서 노트북을 열고 발언을 받아 적을 때, 칼바람 때문에 손이 움츠려들곤 합니다. 파인텍지회가 2차 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 날도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이었습니다.

지난 6일 청와대부터 스타플렉스(파인텍) 사무실이 위치한 목동 CBS까지 4박 5일 오체투지 행진을 한 데 이어 차광호 지회장은 단식농성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자신이 세운 408일의 고공농성 기록을 두 명의 조합원들이 넘기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에 올라간 박준호·홍기탁 조합원은 1년하고도 한 달이 넘게 내려오지 못 하고 있습니다. 매서운 겨울을 맞이해야 하는 조합원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하루 빨리 굴뚝 아래로 내려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늘 위 두 명은 몸무게가 50kg으로 줄고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내고 있어도 회사가 노동조합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한 땅에 발을 딛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1931년 일제강점기, 평원고무공장에서 일하던 여공 강주룡은 회사가 17% 임금삭감을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12미터 높이의 을밀대 지붕위에 올라갔습니다. 그는 “우리 임금이 깎이면 평양에 있는 다른 고무공장 노동자들의 임금도 깎일 것입니다. 내가 권리를 포기해서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는 없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그는 지붕 위에서 9시간 반을 농성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노동자 고공농성입니다.

추운 겨울 몸도 제대로 녹이지 못 하고, 발 뻗고 편히 잘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두 명의 고공농성은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는 24일에 408일을 맞이합니다. 가족, 연인, 친구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이 날, 이들은 75미터 굴뚝 위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내야 할까요. 또 다시 안타까운 기록이 경신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